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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호주 3000~4000t급 대형 잠수함 배치해 중국 견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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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호 20면

중국발 아시아 잠수함 열전은 믈라카 해협 동·서가 양상을 달리한다. 해협과 그 동쪽에선 열국지 같은 혼전이 벌어진다. 중국에 대응하면서도 동시에 인접국의 잠수함 전력 강화에 예민하다. 믈라카 해협 서쪽 인도양은 인도·파키스탄이 견원지간이다.

물밑 경쟁 뜨거운 인도양-믈라카 해협-태평양

해협과 그 동쪽 국가의 가장 주된 관심은 해협의 안전이다. 믈라카는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해협이다. 태평양과 인도양을 경유해 석유와 화물을 수송하는 화물선들은 거의 예외 없이 이 해협을 거쳐 태평양으로 빠져나간다. 동북아의 한국·일본·중국뿐 아니라 동남아 국가 모두에게 목줄 같은 곳이다. 동남아 국가엔 그 외에도 중국과의 영토·자원 분쟁이 있다. 이 지역 수많은 해양도서 대부분에서 중국과의 갈등이 뜨겁다. 남중국해의 난사(南沙)군도에 매장된 300억t 규모의 석유를 두고 중국은 대만·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브루나이 등과 ‘내 땅’ 싸움을 한다. 중국은 시사(西沙)군도에서 대만·베트남과, 댜오위다오(釣魚島)에서는 일본·대만과 분쟁 중이다. 중국의 잠수함 전력이 ‘자원 욕심’과 더불어 팽창하는 가운데 이를 저지할 미국 잠수함 전력이 줄어드는 현상은 아시아 국가들을 걱정하게 만들었고 해군력 강화의 직접 동력이 되고 있다.

일본이 가장 앞서 진군한다. 일본은 세계 재래식 잠수함 가운데 가장 큰 SS-16 소류급 디젤-잠수함 2척(4200t)을 전진 배치하고 있다. 경쟁 상대인 러시아제 킬로급은 최대 4000t이다. 설계도 독특해 킬로급보다 9m 길고 폭도 넓다. 추진체에도 첨단 기술이 반영돼 있다. 현재는 다른 AIP(공기무관체계 엔진)에 비해 단순-효율적인 스털링 방식의 AIP를 운용하지만 필요 시 신속히 소형 원자로로 전환하거나 핵 열전지 방식 AIP로 개조할 수 있다고 평가된다. 다른 잠수함은 하류시오급(2900t) 5척과 오야시오급(4000t) 11척이다. 동남아 국가들의 주종인 1000~2000t급보다 훨씬 크다. 이런 잠수함이 현재 18척이다. 잠수함 건조 업체를 두 개로 유지해 매년 교대로 한 척씩 건조한다. 특이하게 한 척당 운용 기간이 16년이다. 다른 나라들은 30년 정도다. 조기 퇴역시켜 신형 잠수함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다. 퇴역해도 버리지 않고 재고로 보관하기도 한다. 표면상 신형 잠수함이 18척이지만 재고를 순식간에 전환하면 전력은 금세 증강 된다.

이런 잠수함 전력은 일본의 ‘전수 방위구역 1000해리’ 방어에 충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방어구역은 중국이 상정한 방어선인 제2도련선과 상당 부분 겹쳐 갈등이 예상된다. 중국은 이미 이 해역에 장거리 초계 잠수함을 보내고 있고 일본 해역에 접근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호주는 3중 경계 체제다. 1차는 인도네시아, 2차는 중국, 3차로 일본이다. 인도네시아와는 동티모르 사태로 갈등을 겪었고 인도네시아-호주 해역에 매장된 석유가 현안이다. 중국 잠수함은 믈라카 해협과 인근을 경유하는 호주 석유·화물의 안전을 위협한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침공한 역사가 있다. 이런 경계의식이 2009년 4월 1일 ‘2차대전 이후 최대의 군사력 증강’을 선언한 배경이다.

호주 잠수함의 주력은 3400t 콜린스급함 6척이다. 일본에 이어 이례적으로 큰 디젤 잠수함이다. 호주의 작전 해역이 매우 넓은 점을 반영해 장거리 작전 능력을 강화했다. 스웨덴의 1500t 고틀란트급 잠수함을 개선한 것이지만 선체가 대형화되면서 소음 등 여러 어려움에 직면했었다. 미 해군의 도움을 받아 5억 달러 이상 비용을 들여 안정화시켰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2020년까지 6척을 추가로 구입, 12척의 잠수함대를 확보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싱가포르·말레이시아는 ‘순수한 믈라카 해협 지킴이’다. 3국은 연합 초계작전도 한다. 인도네시아의 유럽ㆍ중동-인도양과 아시아를 잇는 해상 수송로엔 길목에 해당하는 해협이 여럿이다. 유사시 강대국의 칼날이 들어올 수 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에선 처음으로 1980년부터 잠수함을 운용했다. 독일로부터 1200t급 209잠수함을 2척 도입했다. 그중 한 척은 한국의 대우조선해양(DSME)에서 6000만 달러를 들여 성능 개량을 했고 다른 한 척은 2011년을 목표로 성능 개량이 진행 중이다. 한국의 209급 2척을 중고로 구입해 개량하려는 움직임이 또 있다. 또 2024년까지 12척을 추가 도입하는 장기 계획도 있다. 후보로 러시아의 킬로급 또는 아무르급, 독일의 214급 잠수함 등이 거론된다.

싱가포르는 95년 스웨덴 해군의 1200t급 스주르멘 4척을 중고로 도입했다. 챌린저급으로 개명해 훈련함으로 쓴다. 2005년엔 스웨덴의 1500t 바스터고틀란트 중고 잠수함을 성능 개량해 ‘아처급’이라는 이름으로 2010년 취역시켰다. 아처급은 한 척이 추가 개량돼 배치될 계획이다.

말레이시아는 믈라카 해협을 끼고 있는 당사국이다. 퇴역한 프랑스 아고스타급 1척을 훈련용으로 도입했다. 스코르펜급 잠수함 2척을 주문, 2009년 1척을 인수했다. 또 스코르펜급의 축소 개량형인 안드라스타급을 추가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보르네오 섬 북쪽의 사바주 텔룩 세팡가에 새 잠수함 기지를 건설 중인데 남중국해 분쟁에 대한 대비로 해석되고 있다.

베트남은 2009년 12월 러시아와 6척의 킬로급 잠수함을 20억 달러에 구매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베트남 사상 최대 무기 도입이다. 호주 국방과학연구소의 칼 타이어 교수는 “베트남의 러시아 잠수함 도입은 대담한 결정”이라며 “남중국해의 군사력에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대만은 80년대 네덜란드ㆍ미국에서 도입한 잠수함 4척을 운용 중이고 추가로 8척 구입을 위해 미국과 협상 중이다. 유사시 대만해협으로 침공하는 중국을 막으려면 잠수함이 필요하다. 당연히 중국은 강력히 반대한다. 이 때문에 도입 전망은 불투명하다.
인도양의 지배자 인도는 대규모 잠수함대로 중국의 팽창에 직접 대응한다. 중국이 파키스탄과 미얀마·스리랑카에 해군기지를 확보, 인도양 지배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아주 예민하다. 중국·인도 분쟁이 일어나면 인도는 중국의 석유 수송로를 위협할 것이며 중국은 파키스탄ㆍ미얀마 등의 해군기지에서 인도양으로 해군력을 파견할 수도 있다.

인도는 17척의 잠수함을 운용하는데 러시아·독일·프랑스 잠수함의 경연장이다. 2척의 폭스트로급(러시아), 10척의 킬로급(러시아), 4척의 209급(독일), 1척의 아쿨라급 핵잠함(러시아)을 가동 중이다. 인도는 88년 러시아의 찰리급 핵 잠수함을 3년간 리스하기도 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2009년 첫 핵잠함 아리안트를 건조해 시험 가동 중이다. 모두 6척의 핵잠함을 계획 중이다. 또 2010년 두 척의 아쿨라급 핵 잠수함을 10년간 리스하기로 계약했다. ‘프로젝트 75’라는 이름으로 프랑스제 스코르펜급 6척을 2012~2017년 도입할 계획이며 6척의 추가 도입도 검토 중이다. 인도는 2025년 핵 잠수함 6척, 디젤-AIP 잠수함 12척, 디젤 잠수함 6척 등 총 24척을 운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파키스탄은 인도를 견제하는 중국의 파트너다. 프랑스제 아고스타급 5척과 이탈리아의 기술 지원으로 독자 건조한 3척의 MG-110 잠수정을 운용한다. 독일로부터는 214급 잠수함 3척을 도입, 2015년 첫 인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운용하는 214급을 파키스탄이 보유하면 관련 정보가 중국과 북한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있어 한국 해군은 걱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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