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당금 2조2000억 더 쌓아 은행권 BIS비율 0.21%P ↓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기업 구조조정은 곧 은행의 문제이기도 하다. 돈을 빌려준 기업이 C나 D등급을 받으면 은행은 대출금액의 20~100%를 대손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손실에 대비해 쌓는 대손충당금이 늘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떨어지게 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번에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된 65개 업체가 금융권에서 빌린 금액은 총 16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들의 구조조정으로 은행이 더 쌓아야 할 충당금은 약 3조원. 이 중 은행이 2조2000억원, 저축은행 2000억원, 기타 금융권이 6000억원 정도다.

대손충당금을 더 쌓았을 때 은행권의 평균 BIS 비율(3월 말 기준 14.7%)은 약 0.21%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금융위 이해선 기업재무개선정책관은 “은행권이 손실을 흡수할 여력이 있어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평균적인 수치는 괜찮더라도 은행별로는 부담이 다를 수 있다. IBK투자증권 이혁재 연구위원은 “이미 2분기 충당금이 늘어난다는 건 예상됐고, 중요한 건 은행별 규모”라며 “기존에 대출 규모가 큰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이 충당금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날 평가 결과는 증시가 끝난 직후 공개됐다. 발표를 앞두고 건설주는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25일 코스피 건설업종 지수는 0.68% 하락했다. 삼성엔지니어링(-2.55%)·대우건설(-1.82%)·GS건설(-1.69%) 등 대형 건설주가 대부분 하락했다. 중앙건설(-14.91%)과 한일건설(-10%)·남광토건(-5.16%) 등 일부 중소형 건설주도 낙폭이 컸다.

하지만 종목별로는 반대 흐름도 나타났다. 성지건설은 이틀째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두산건설도 4.54% 급등했다. 대신증권 조윤호 연구원은 “그동안 주가를 짓눌렀던 구조조정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거란 기대감이 일부 건설사 주가를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건설주에 대한 신중한 투자를 당부했다. 삼성증권 강광숙 연구원은 “이번이 3차 구조조정이지만 이후에도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건설업의 구조조정 리스크는 해소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 김열매 연구원도 “공공수주 증가세가 꺾이고 고가 아파트의 입주 시기가 다가오는 등 국내 부동산 시장 여건이 좋지 않아 주가가 계속 오르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현옥·한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