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구 여대생 살해 전 … 납치범 눈앞서 놓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납치 이틀 만에 살해된 대구 여대생 이모(26)씨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피의자 김모(25)씨의 도주로를 차단하지 않는 등 허점을 드러냈다.

대구 성서경찰서는 25일 브리핑에서 “현금인출기 주변 CCTV(폐쇄회로TV) 자료를 통해 피의자가 흰색 모닝 승용차를 이용하는 사실을 확인하고 피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구 성서 지역에서 차량 수색에 주력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건 발생 당일인 23일 오후 7시20분쯤 대구시 달서구 월암동 열병합발전소 앞에서 서행하는 김씨의 차량을 발견하고 접근했다가 달아나는 김씨의 차량을 경찰차로 추격했다. 하지만 김씨가 중앙선을 넘어 도주하자 놓쳐 버렸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범행 차량의 번호를 확인하지 못했고 이후 인근 고속도로 톨게이트 등 주요 도주로도 차단하지 않았다. 당시 김씨는 이씨의 손발을 묶어 자신의 차량 뒷좌석에 태우고 다니던 상황이었다. 경찰이 초동 수사를 잘했더라면 이씨를 살릴 수 있었다는 얘기다. 김씨는 결국 이날 오후 10시쯤 대구를 빠져나가 88고속도로를 지나다 이씨를 목 졸라 살해했고 거창 톨게이트 인근 도로변 배수로에 시신을 버렸다는 게 경찰의 말이다.

한편 피해자 이씨와 피의자 김씨는 고교 시절 소개팅으로 만난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홀로 도로변에서 술을 마시던 이씨를 발견하자 “함께 차를 타고 바람이나 쐬자”며 접근했다. 이어 그는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며 이씨를 안심시키기 위해 자신의 운전면허증을 보여줬다.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서로 얼굴과 이름을 아는 사이여서 이씨를 살해할 마음을 먹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25일 여자 대학생을 납치해 살해한 혐의(강도살인 등)로 김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는 외출 나온 이모씨를 자신의 승용차로 납치해 가족에게 몸값 6000만원을 요구하다 이씨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구=송의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