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댐 비워'금강산댐'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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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금강산댐 붕괴에 대비해 화천댐 등 한강 수계의 댐을 최저수위로 비워두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건설교통부 박동화 차관보는 "7일 열리는 제2차 남북경제협력위원회서 금강산댐의 공동조사를 제의할 예정이나 북한이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한강 수계의 댐을 비우는 등 여러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2일 밝혔다.

대응방안에는 평화의 댐을 보강하는 것과 장기적으로 평화의 댐을 현재보다 40m 더 쌓아올리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평화의 댐은 1988년 80m 높이로 1단계 공사를 마친 상태로 원래 설계대로 완공될 경우의 댐 높이는 1백37m다.

朴차관보는 "우기에 하루 3백~5백㎜의 폭우가 내리면서 금강산댐이 붕괴될 경우 현재 평화의 댐으로는 막아내기가 어렵다"고 밝히고 "이에 대비해 우선 화천댐 및 춘천댐 등을 비워두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천댐의 총 저수용량은 10억t이며 유효저수용량은 약 6억t으로 유역면적은 3천9백㎢에 달한다. 금강산댐의 붕괴로 인한 수량을 평화의 댐이 막아내지 못해 물이 넘치고 이를 화천댐이 받아낸다 해도 화천댐 유역의 일부는 물에 잠기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유역에는 양구군과 화천군이 포함되나 정확히 어느 정도까지 피해가 예상되는지에 대한 상황조차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양구군의 주민수는 약 2만3천명이며, 화천군의 주민수는 약 2만5천명 정도다. 어느 지역 어느 정도의 인구가 피해를 볼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전혀 없어 지난 1월 흙탕물이 내려온 이후 이 지역 주민들의 불안은 우기를 앞두고 커지고 있는 형편이다.

건교부는 남북경제협력위원회와는 별도로 우기가 시작되는 6월 말까지 평화의 댐을 콘크리트로 덧씌우는 보강공사를 완료키로 하고 우선 대림산업과 수의계약을 해 공사를 위한 도로 공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앞으로 두달 동안에 콘크리트 덧씌우기나 보강공사가를 끝낼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한편 금강산댐의 저수량 문제도 의문으로 제기되고 있다. 朴차관보는 금강산댐의 저수량에 대해 "약 6억t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것은 모른다"고 밝혔다. 일부 주장처럼 금강산댐의 저수량이 10억t을 넘게 되면 화천댐도 넘칠 수 있는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 경우 그 영향은 화천댐을 넘어 춘천댐과 의암댐으로까지 확대될 수도 있게 된다. 또 강원대 최석범 교수는 "금강산댐의 하단부에 누수현상으로 파악되는 흔적을 위성사진과 기타 그동안의 정황분석을 통해 추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력댐인 금강산댐의 누수는 댐의 붕괴로 빠르게 이어질 수 있어 특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편 금강산댐의 붕괴를 우려해 화천댐 등 한강수계의 댐을 무작정 비워두는 것도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선 화천댐의 발전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우기에 물을 가두어둬야 겨울 및 내년도 강우량이 적은 시기를 대비할 수 있는데 이를 비워둘 경우 댐으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신혜경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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