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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커지는 국정원 게이트 연루 수천억대 비자금 흘러간 곳 아리송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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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성홍(丁聖弘·구속) 전 국정원 경제과장이 4·13 총선을 전후해 특수사업비를 조성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정원이 각종 게이트의 몸통이라는 의혹이 다시 한번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국정원이 권력의 보호막을 필요로 하는 각종 벤처업자들에게 접근해 총선자금이나 정치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각종 게이트가 불거진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은 그러나 진승현·정현준·이용호·윤태식 게이트 등에 연루된 국정원 인사들을 수사하면서 개인비리에 국한시켰을 뿐 각종 게이트에서 조성된 수천억원대 비자금의 사용처에 대해서는 밝히지 못하고 있다.

◇게이트에 관련된 국정원 직원들=국정원 간부들이 이른바 4대 게이트에 2중3중으로 연루됐음은 이미 밝혀져 있다. 김은성 전 2차장은 2000년 8월 말께 진승현씨로부터 丁전과장을 통해 5천만원을 전달받은 사실이 확인됐고, 9월에는 정현준씨와 동업자였던 이경자 동방금고 부회장에게서 1천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있지만 이 부분은 무혐의 처리됐다.

정현준 게이트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진 김형윤(金衡允) 전 국정원 경제단장 역시 이경자 부회장에게서 5천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엄익준(사망) 전 2차장은 또 목포지부를 동원해 이용호씨의 진도 앞 보물발굴 사업의 타당성을 타진하는 등 깊숙이 개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윤태식 게이트에는 김종호 서기관이 패스21의 자회사인 바이오패스 이사를 역임하면서 윤태식씨로부터 받은 법인카드를 사용하고 에쿠스 승용차를 지급받는 등 1억여원의 금품을 받은 사실이 밝혀져 사법처리됐다.

◇밝혀지지 않은 돈의 행방=그러나 각종 게이트와 관련된 수백~수천억원의 행방은 검찰 수사를 통해서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검찰 수사 결과 진승현씨는 1999년 8월부터 4·13 총선 직전까지 열린금고의 불법대출을 통해 3백억원대, 리젠트증권 주가조작을 통해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행방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丁전과장과 2000년 4월 8일 목포로 민주당 김홍일 의원을 찾아가 총선자금 전달을 시도했다는 사실 정도만 드러나 있다.

정현준씨는 동방·대신 금고 등의 출자자 불법 대출 등을 통해 1천6백억원대의 불법자금을 조성했고, 그의 동업자인 이경자 동방금고 부회장도 7백억원대를 횡령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이중 16억원대만 로비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용호씨 역시 2000년 초까지 주가조작을 통해 2백6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지만 검찰과 특검 수사에서도 사용처는 드러나지 않았다.

◇정치자금인가=검찰 주변에서는 각종 게이트마다 국정원 인사들이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은 국내 정보담당 2차장 산하의 경제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경제문제와 관련한 각종 고급 정보를 취급하는 데다 정부 부처나 기관, 기업체 등에 출입하는 요원들을 통해 수집한 고급 정보 등을 통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그런 영향력을 바탕으로 국정원 관계자들이 신흥 벤처기업가들에게 접근해 정치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정성홍 전 경제과장이 진승현씨로부터 특수목적 사업비로 2억원을 받았다고 한 것이 단적인 예다.

검찰은 그러나 丁전과장의 진술에 대해 일관성이 없다는 점을 들어 일부 관계자들의 개인 비리를 감추려는 거짓말일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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