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희망의현장 : 6.한국애니메이션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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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경기도 하남시 창우동 검단산 초입에 들어서면 외벽이 파랑, 노랑, 회색, 빨강 등 다채로운 색상으로 칠해진 초현대식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국내에 유일한 영상 관련 특성화 고교인 한국애니메이션 고등학교다.

2000년 3월 8일 문을 연 이 학교는 4년제 대학은 물론이고 기업체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최첨단 시설들을 활용한 철저한 실기 위주 교육으로 교육계 안팎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15일 오후. 본관 건물 4층 작화실에서는 3학년 학생들의 졸업작품 제작을 위한 수업이 진행중이었다.

건물 한층을 다 터놓은 넓직한 공간에서 1백여명의 학생들이 개인 책상과 컴퓨터를 놓고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학생들의 개인 연구실이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담당 노인식(仁植·34)교사는 작업중인 학생들의 책상 사이를 돌아다니며 작품 제작 의도와 방향, 기술 등에 대해 즉석에서 문답을 하고 토론도 벌인다.

교사는 "개별적 또는 두세명씩 팀을 짜서 기획에서 제작,프리젠테이션까지 실제 산업 현장과 똑같은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학과 3학년인 최세정(19)양은 "시설이 훌륭하고 실기시간이 많아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분량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첨단시설과 실기위주 교육=애니메이션고는 1997년 9월 특성화고교 설립을 위한 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설립이 추진됐다.

첨단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한 영화(쥬라기 공원 등)들이 천문학적인 흥행성적을 올리면서 국내에서도 잘만든 영화 한편이 자동차 수백만대 수출과 맞먹는 효과를 거둔다는 '쥬라기 신드롬'이 확산된 것과 거의 동시에 이뤄진 일이다.영상산업의 잠재가치가 부각되면서 이 분야의 인재 육성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진 것이 계기였다.

애니메이션고에는 만화창작,애니메이션,영상연출, 컴퓨터게임제작 등 4개 전공 학과가 있다.학생수는 학과별로 25명 내외이며, 전체 학생수는 모두 2백94명.

서류 전형과 실기 시험을 거쳐 선발되며 매년 평균 경쟁율이 10대 1에 이른다.지난해 만화창작과의 경우 25대 1이나 됐다. 모집정원의 50%는 경기도 출신자를 선발한다. 학생 대부분은 교내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교사진은 서양화가인 김주영(金周榮·56)교장을 비롯, 교사 24명, 산학겸임교사 4명 등 모두 34명이다. 이중 산학겸임교사는 실무 경험이 많은 전문가를 교사로 초빙한 것이며 현장 전문가 4명도 강의를 맡고 있다.

구자영(具滋英·47)교무부장은 "국내 일부 고교에서 애니메이션 분야를 다루기는 하지만 우리 학교처럼 첨단시설을 갖추고 본격적으로 교육하는 곳은 없다"며 "이때문에 애니메이션에 관심있는 학생들이 대거 몰린다"고 말했다.

3학년 이정수(19)군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시설과 교육과정이 좋다"며 "장차 애니메이션 제작을 중심으로 한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국내에서는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울 정도의 최첨단 시설.정규 방송국을 방불케하는 TV 스튜디오와 녹음실을 비롯, 애니메이션 편집작업실인 2D실, 컴퓨터 입체그래픽 작업실인 3D실이 있다. 또 VHS, DVD, 컴퓨터 프리젠테이션 등이 가능한 소형 시사실에 35㎜ 영화필름을 상영할 수 있는 3백50석 규모의 극장도 운영중이다. 빼놓을 수 없는 설비중 하나는 HD(고화질)카메라. 국내에 단 3대밖에 없는 것으로 대당 가격이 1억5천만원에 이른다.

이같은 첨단 설비와 실기 중심 교육 덕분에 애니메이션고는 각종 국내 공모전을 휩쓸다시피 했다. 개교 첫해 제1회 청강문화산업대 전국학생만화대전에서 금상을 받은 것을 비롯,세종대학교 전국학생만화대전 금상, 제1회 부천 전국학생공모전 은상 등 90여명이 각종 공모전에서 입상했다. 지난해에도 세종대 청소년시나리오창작대회 금상,청강문화산업대학 경진대회 대상, 금상 등 수상경력이 화려하다.

◇산학(産學)협력 통한 발전 추진=애니메이션고는 산학 협력과 대외 교류를 통한 학교발전을 모색한다. 컴퓨터게임 개발업체의 직원들이 강의를 맡으면서 학생들의 게임제작도 지도한다. 교내 시설을 외부업체에 임대해주면서 제작 과정에 학생들을 반드시 참여시키도록 요구, 수익 창출과 함께 학생들의 현장체험 기회도 제공한다.

일본의 큐슈대학과 이미 교류협정을 맺었고,미국의 SVA(School of Visual Arts)등 외국교육기관과의 연계도 적극 추진중이다.

지난달초 애니메이션 관련 분야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된 '산학발전위원회'가 발족돼 산업체및 해외 교육기관등과의 연계를 추진,지원해주는 역할을 본격화했다.

하남=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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