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눈] "커닝 했다간 즉시 답안지 뺏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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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대입 수능 부정 여파로 우리 사회는 한 달 넘게 홍역을 치러야 했다.

우선 부정을 저지른 학생을 벌하고 감독을 강화하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커닝은 잘못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교육시켜 부정을 예방하는 일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옛말에 '열 사람이 지켜도 한 명의 도둑을 잡지 못한다'고 했지 않는가.

캐나다의 모든 교육청은 해마다 해외 유학생들에게 오리엔테이션 시간을 갖는데, 거기서 빼놓을 수 없는 내용이 커닝(cheating)에 대한 강의다. 캐나다 학생들은 수시로 그런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이 곳에선 과제물에 인용부호를 붙이지 않고 남의 글을 따다 쓰면 커닝으로 간주된다. 남의 글을 옮길 때도 자신의 말로 풀어 쓰지 않고 그대로 베끼면 여지없이 점수가 깎인다. 우리나라에서 흔한 짜깁기는 당연히 커닝 행위다. 강의를 듣고도 커닝의 기준을 잘 이해하지 못했던 나는 학기 중에 실수를 하고 말았다. 과제물을 제출할 때 인용부호를 빼먹은 것이다. 결국 감점을 받고 말았다.

억울해서 따져보았지만 선생님의 대답은 "No"였다. 그러시면서 나에게 'cheat'라는 단어의 뜻을 찾아보라고 하셨다. 사전에는 '속이다, 기만하다'라고 풀이돼 있었다.

그 뒤부터 난 과제물을 내기 전에 꼼꼼히 살피는 습관이 생겼다.

기말시험을 치를 때면 긴장감은 더해진다. 책상 양 옆에 칸막이를 하고 시험을 치는데, 4명 이상의 선생님들이 감독한다. 커닝 현장을 들키면 즉시 문제지와 답안지를 가져갈 정도로 냉정하다.

커닝은 나쁜 것이라는 학생들의 인식이 박혀 섣불리 시도하지도 않지만 학교에서도 커닝 예방이 철저하다는 증거다. 교훈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정희연 학생기자 (캐나다 노스밴쿠버 윈저스쿨 10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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