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샤라프 임기연장 성공 파키스탄 야당 "무효"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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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59·사진)이 지난달 30일 실시된 국민투표로 임기를 5년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니사르 메몬 파키스탄 공보장관이 1일 발표한 중간개표 결과에 따르면 전체 투표자 6천만명 중 98%가 무샤라프의 임기 연장에 찬성했다.

그러나 투표율이 역대 국민투표 중 가장 낮은 30%에 그친 데다 전국적으로 다수의 부정투표 사례가 적발돼 국민투표의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벌써부터 야당과 종교단체들은 이번 투표를 무효화하고 예정대로 오는 10월 총선에서 구성된 의회가 대통령을 선출토록 하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무샤라프는 정치적 위기를 무모한 모험으로 뒤집어 왔다. 인도 델리 출신인 그가 1998년 파키스탄 군부의 핵심 인맥인 펀자브 출신들을 제치고 육군 참모총장에 오른 것이나, 99년 정부가 군에 대한 통제의 고삐를 조여오자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한 것 등은 그의 도박사적 기질을 말해주고 있다.

지난해 6월 대통령직에 오르면서 무샤라프는 올 10월 총선을 통해 새로 구성되는 의회의 결정에 자신의 운명을 맡기겠다고 약속했으나 야당과 이슬람 단체들의 반발로 총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줄어들자 국민투표라는 편법을 택했다.

육군 참모총장을 겸하고 있는 무샤라프의 속셈은 앞으로 확고한 군부지배형 정치기반을 다져놓는 것이다.

최근 의회 연설에서는 헌법 개정을 통해 군부가 실권을 장악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신설하고 대통령에게 하원 해산권과 총리 해임권을 부여토록 하는 구상을 발표하기도 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협력한 대가로 확보한 미국의 적극적 지원을 등에 업고 임기 연장에는 성공했지만 그 스스로 주장해 온 진정한 민주주의와 경제회복, 사회안정을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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