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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입장료·문화재 관람료 통합징수 : "사찰 안 봤는데 관람료 왜 받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지난달 28일 전북 부안군 변산반도를 찾은 이강희(李康喜·41·사업·전주시 덕진구 진북동)씨는 입맛이 씁쓸했다.

형 가족 등 8명이 내변산에 오르려고 국립공원 변산반도 입장권을 구입했는데 내소사 관람료(1천3백원)까지 얹어 2천6백원을 내야 했기 때문이다. 李씨는 "그동안 서너차례 이곳을 찾은 적이 있어 사찰 근처에도 가지 않았는데 사찰 관람료까지 냈으니 괜히 덤터기를 쓴 기분"이라고 말했다.

독자 李씨와 함께 국립공원 변산반도 주변을 돌면서 입장료 실태를 취재하고 관련 기관으로부터 개선방안이 없는지를 들어봤다.

◇실태=국립공원 변산반도 매표소를 통과해 5백m쯤 가면 내소사가 있다. 내변산은 이 사찰을 감싸안은 명산으로 직소폭포와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해변이 절경이다.

지난달 28일 국립공원 변산반도를 찾은 관광객은 4천여명. 올 초 서해안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방문객이 지난해보다 두배 가량 늘었다.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가 내소사까지 가지 않고 옆길로 빠져 직소폭포 등 내변산으로 향하는데도 무조건 사찰 관람료가 포함된 입장권을 사야 한다는 것. 입장권엔 총액의 절반인 1천3백원이 사찰 관람료라고 적혀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측은 "공원 입장료를 사찰 문화재 관람료와 함께 징수하는 곳은 전국의 주요 국립공원 매표소 21곳에 이른다. 이들 지역의 공원 입장료는 모두 1천3백원이지만 문화재 관람료는 사찰이 자체적으로 정해 받고 있다"고 밝혔다.

◇문화재 관람료 거부운동=대한산악연맹은 "순수하게 자연공원을 즐기려는 일반 등산객을 산 입구에서 가로막고 문화재 관람이라는 상품을 끼워파는 행위는 명백한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며 '분리징수 요구 1백만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관람료 자체도 너무 비싸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립박물관의 경우 어른 기준 서울 7백원, 지방 4백원인데 사찰 관람료는 대부분 1천원 이상이다.

대한산악연맹 이의재(李義載·42)사무국장은 "문화재 관람료를 받아야 한다면 사찰 입구에서 따로 받거나 이를 원치 않는 사람들을 위해 별도의 등산로를 내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지법은 올 1월 전모씨가 지리산 국립공원의 입장료·관람료 합동징수가 부당하다며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사찰측이) 관람료 1천원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조계종 입장=사찰이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기 시작한 것은 1962년. 처음엔 사찰이 자체적으로 받다가 87년부터 합동 징수를 시작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합동징수는 정부와 조계종간의 합의사항이라 준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조계종 총무원측은 "문화재는 개별적인 것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주변 구역을 포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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