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최대 순익 기업들 "반사이익 자만 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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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두산중공업은 지난 1분기 사상 최대의 순익을 내 들뜬 분위기지만 내심 고민도 많다. 두산 관계자는 "순익이 3백27억원(추정치)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백89% 늘었지만 매출은 3% 증가에 그쳤다"며 "장사를 잘 했다기보다 안팎의 '반사이익'을 많이 본 것이라며 경영진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채 비율 감소와 저금리 환경으로 금융부담이 줄어든 데다 지속적으로 추진한 구조조정 효과, 환차익 등으로 겉보기엔 좋은 성과를 냈지만 경쟁력의 핵심인 매출 증가가 미미한 데다 영업이익률도 3.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올 들어 기업들의 경영 실적이 크게 호전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외부 효과 때문에 거둔 성과도 적잖게 포함됐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실적 호전에도 불구하고 위기의식을 강조하며 신발끈을 조이는 기업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잇따른 사상 최대의 실적 발표=1분기 중 매출·순익 등에서 '사상 최대'라고 발표하는 기업이 줄을 잇고 있다.

<표 참조>

삼성전자에 이어 현대자동차도 사상 최대의 경영실적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LG전자·현대백화점 등은 사상 최대의 매출을 올렸으며, 두산중공업·LG상사 등도 사상 최대의 이익을 냈다.

이에 대해 세종증권의 강석필 애널리스트는 "국내 소비가 활성화한 데다 세계 경제 회복세에 힘입어 기업 실적이 호전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일본의 경쟁력 약화로 우리 기업이 해외시장에서 반사이익을 얻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판적 시각도 많아=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의 1분기 실적은 '외화내빈'일 수도 있다며 "자만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수출과 매출 성장,영업이익률에 기반을 두지 않은 '불안한 수익구조'라는 것이다. 실제로 수출은 1분기 내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이수희 기업연구센터 소장은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이 4백%대에서 2백%대로 줄고 금리도 두자릿수에서 한자릿수로 떨어져 금융부담이 4분의1 수준으로 줄었다"며 "최근 양호한 기업 실적은 이런 효과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은 부채비율 감소로 이자부담이 연간 4백여억원 줄었다. 올 1분기 순익 5백8억원 중 1백억원 이상은 이자비용 감소 등의 효과라는 분석이다. 대미 환율 약세도 한몫 했다. 현대차는 1분기에만 약 2천억원의 환차익을 얻어 사상 최대의 수익을 올렸다.

◇총수들 '신발끈 다시 매라' 독려도=삼성은 좋은 실적을 내고도 새 출발을 다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9일 경영실적을 발표한 뒤 바로 경기도 용인 연수원에서 이틀 동안 경영전략회의를 열었다. 이건희 회장은 이 자리에서 '준비경영' 을 강조했다.

삼성 관계자는 "현재 성과에 자만하지 말고 위기의식을 가지라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구본무 LG회장이 "1등하는 기업을 만들라"며 연구 개발에 역점을 두라고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LG측은 설명했다.

경영 실적은 좋지만 수익구조가 취약하다며 대책을 마련하는 기업도 있다.

LG상사는 올 1분기 순익이 유가증권 매각에 따른 효과일 뿐이라며 수출을 채근하고 있다.두산중공업도 올해 영업이익률을 두배 이상 늘리는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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