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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주 '뇌물계'만들어 경관 100여명에 상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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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윤락업소 단속을 맡고 있는 경찰서와 파출소의 경찰관들이 업주들로부터 정기적으로 뇌물을 받아오다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지검 강력부(부장검사 金圭憲)는 28일 서울 영등포역 주변의 윤락업소 업주들과 경찰관들의 결탁비리를 적발, 金모(53)씨 등 업주 3명과 영등포경찰서 金모(46)경장 등 경찰관 5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10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비교적 소액을 받은 경찰관 88명의 명단을 서울지방경찰청에 통보하고 징계하도록 했다.

윤락업소 업주들은 폭력조직과 연계돼 '뇌물계'를 조직해 뇌물을 줘왔으며, 경찰관들은 인계인수까지 해가며 뇌물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뇌물 실태=경찰관들에게 준 뇌물은 총 1억3천여만원. 구속된 金경장 등 3명을 포함해 무려 1백명 안팎의 전·현직 경찰관이 1~13차례에 걸쳐 1백50만~2천2백만원씩 금품을 받은 사실이 적발됐다.

경찰관들은 근무자가 바뀔 경우 전임자가 후임자에게 윤락업주를 소개해 뇌물 관행이 그대로 이어졌으며, 명절 및 휴가철에는 떡값이나 휴가비를 따로 받기도 했다는 것이다.

◇'뇌물계'=영등포역 주변 포주 10여명이 경찰의 단속을 무마하기 위해 뇌물계를 조직한 것은 1998년 4월께. 이들은 매월 80만~1백50만원씩 갹출, 불법 유흥업소 단속권한을 가진 경찰서 방범과 소년계와 방범지도계 경찰관들에게 1백만~3백만원씩, 파출소의 3개 조로 운영되는 근무조에 80만~1백50만원씩 주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업주들은 개별적으로 '물주기(경찰관에게 뇌물 제공)'를 하는 번거로움과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뇌물계를 조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폭력조직 연계=포주-조폭-경찰의 3각 유착관계는 지난해 12월 서울 용산역 부근 K커피숍에서 발생한 조직폭력배간 살인미수 사건의 검찰수사 과정에서 밝혀졌다. 검찰이 이 사건에 관련된 조모(39·구속)씨의 비밀 회계장부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뇌물계' 회원으로 경찰관들에게 매월 뇌물을 상납한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던 것.

검찰은 당시 조폭간의 칼부림 사건이 경찰에 신고조차 되지 않고 초동수사도 이뤄지지 않은 사실을 의아하게 여기고 수사에 착수, 윤락업소 사업권을 둘러싼 조폭과 포주, 포주와 경찰 간의 결탁 사실을 밝혀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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