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할만한 財界의 국가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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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통령 선거가 예정된 올해 눈에 띄는 현상 중 하나는 예년에 비해 나라의 장래와 갈길을 모색하는 국가과제(내셔널 어젠다)가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한국경제연구원이 차기정부 정책과제로 내놓은 보고서도 재계 차원의 어젠다로 볼 수 있다. '모두 잘사는 나라 만드는 길'이라는 제목을 붙인 보고서는 앞으로도 두차례 더 발표될 예정인데,이번에는 정치·행정·사법·공공 및 재정 등 4개 부문의 실천과제를 제시했다. 21세기에 선진국가로 도약하려면 차기정부는 시장경제의 창달과 법치주의 확립을 국정의 기본방향으로 삼아 국가 시스템을 혁신해 나가야 하며, 정치권의 구조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런 기본 인식이나 과제는 비록 재계가 제시한 것이라해도 보편성을 인정할 수 있다. 최우선 개혁대상으로 지목된 민주당과 한나라당 등 여야 정당들도 보고서의 문제제기에 공감하고 있다. 재계가 제시한 방법론도 공감하는 대목이 많다. 예컨대 부패정치의 근원이었던 정치자금 문제를 재계와 정치권이 함께 대국민 고해성사를 통해 사면받은 다음 투명한 정치자금 조달·운용체제를 갖추자는 것이나, 작지만 유능한 행정부·사법부를 만들기 위해 행정고시·사법시험부터 없애자는 주장은 공론에 부쳐볼 만한 것이다. 공공부문 개혁 차원에서 KBS-2TV 및 MBC를 민영화하자는 주장도 마찬가지다.반면 대통령 4년 중임제 등 헌정질서와 관련해 국민적인 의견 수렴이 필요한 내용들도 있다.

중앙일보는 올해 초에 10대 국가과제'업그레이드 코리아'를 제시하면서 이런 작업이 종전의 대안없는 단순과격형 정치에서 벗어나 우리가 지향할 국가목표와 지혜에 걸맞은 대통령과 정부를 선택하기 위한 발전적인 노력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런 맥락에서 재계의 어젠다도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정책에 반영하거나 대선 후보들의 검증기준으로 활용토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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