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많은 외국기업'쑥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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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한국의 우수한 여성인력은 '최후의 미개발 자원'이라고도 불린다. 우리나라 대졸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54.7%로 OECD 30개국 가운데 최하위고, 여성 관리직 비율은 전체 관리자 수의 6%도 안된다.

한국여성개발원(원장 장하진)은 23일 중앙일보 후원으로 '여성과 국가경쟁력 심포지엄'을 열고, 여성의 사회진출이 국가와 기업경쟁력을 키울 뿐만 아니라 사회의 부패까지 줄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다. 다음은 발표내용 요지.

◇국내 진출 외국기업의 여성인력 활용 효과 (여성개발원 김영옥 연구위원)

다국적 제약회사인 한국MSD는 전체 직원의 48%가 여성이다. 과장 이상 중간관리자의 여성 비율도 35%로 높다.

또한 다른 국내 제약회사들이 영업사원을 남성만 채용하는 것과 달리 이 회사는 전체 영업사원 1백86명 가운데 여성이 83명일 만큼 여성인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1995년 처음 여성 영업사원을 도입했을 때 일부에서는 "회사가 곧 망할 것"이라고 비아냥거렸다. 그러나 회사 매출은 오히려 99년 3백80억원에서 2001년 1천1백20억원으로 뛰었다.

한국MSD 이승우 대표이사는 이에 대해 "우리 회사 약진의 원인은 실력 위주의 인사와 채용에 있다"면서 "여성 채용과 적재적소 배치는 기업의 생존전략 차원"이라고 말한다. 여성 비율이 높은 것은 여성을 우대했기 때문이 아니라 능력 위주로 인재를 선발하고 승진시킨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35세 여성을 상무로 기용한 로레알 코리아의 피에르 이브 아르젤 사장도 "이유는 단 하나, 유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수한 여성들이 국내 기업보다 외국 기업을 선호하는 것도 다 이런 이유다.

베인&컴퍼니 서울사무소 김연희(36)부사장은 "입사 10년 만에 부사장이 됐다. 우리나라 기업에선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여성인력 채용은 극히 저조하다. 2001년 9월 한국노동연구원이 실시한 조사 결과 응답 사업체의 3분의 1 이상이 채용 때 성별 제한을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도 2001년 6월 현재 총 2백14개 공기업 및 정부 출연기관 종사자 가운데 여성 비율은 약 10%고, 부장급(3직급)이상의 여성 비율은 0.5%에 불과하다.

김영옥 박사는 한국 노동시장 성(性)불균등의 가장 큰 수혜자는 외국계 기업이라고 분석한다. 국내 우수 여성인력들이 남녀 차별이 상존하고 여직원에 대한 복지제도가 열악한 국내 기업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영향과 선진 경영기법 등으로 외국인 투자기업은 국내 기업에 비해 높은 경영 성과를 올리고 있다.

국내 외국인 투자 기업들의 매출액 증가율은 외환위기 이전인 97년 10.5%에서 99년엔 14.7%로 증가했으며, 매출액 영업이익률도 7.9%에서 9.0%로 신장됐다.

반면 우리나라 대기업 집단의 경우 매출액 증가율이 97년 16.6%였다가 99년엔 -1.9%로 감소했고, 매출액 영업이익률도 6.9%에서 5.9%로 줄어들었다.

김박사는 "국내 기업들이 주저하는 사이에 외국인 투자기업들은 방치돼 있던 여성인력을 채용함으로써 큰 이익을 내고 있다"며 "투명한 인사정책과 승진에 필요한 능력과 경력을 남녀 모두에게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여성 자원 활용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리=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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