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일가 비리 은폐 총본부" 野, 청와대 몰아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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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의 22일 대여(對與)공세엔 거침이 없었다.

청와대를 정면으로 겨냥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은 내정에서 손을 떼라"(朴寬用총재권한대행)고 촉구했다. 하야(下野)요구의 전단계다.

당사는 하루 종일 분주했다. 朴대행 기자회견→민주당 설훈(薛勳)의원 항의 방문→비상 의원총회→의원 가두시위→최성규(崔成奎)전 총경 체포조(曺雄奎·嚴虎聲의원)의 뉴욕 출발 등이 이어졌다.

특히 이회창(會昌)전 총재의 금품수수 의혹을 주장한 민주당 설훈 의원이 이날 일시 잠적한 것으로 전해지자 한나라당의 기세는 더욱 올랐다. 당직자들은 "지지율 회복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며 DJ 세 아들 비리의혹의 대선 쟁점화에 안간힘을 쏟았다.

당내 일각에선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할 수 있는 과반수 의석에 2석이 모자라지만 탄핵안을 거듭 주장해 청와대를 압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 정권과의 마지막 싸움"=朴대행은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일가 비리와 은폐 사건의 총본부는 청와대"라고 규정했다. 그는 "대통령이 국정 일선에서 물러날 때까지 물러서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朴대행은 "이 정권과의 마지막 싸움에 나섰다"며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이재오(在五)총무 등 10여명의 의원은 이만섭(萬燮)국회의장과 薛의원을 찾느라고 분주했다. 윤여준(尹汝雋)의원이 서명한 의원직 사퇴서를 들고서였다. 尹의원은 "薛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의원직에서 물러난다"는 내용의 사퇴서를 총무에게 넘겼다. 총무는 이를 들고 "薛의원이 돈 거래설을 입증하지 못하면 그는 정계를 떠나야 한다"고 압박했다.

의원들은 대구·경북(24일), 부산·경남(28일)경선 직후 현지에서 대규모 가두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26일엔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규탄대회를 열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다음달 2일까지를 1차 투쟁기간으로 정하고 그동안은 옥내집회를 가두시위로 연결시키기로 했다.50여명의 의원은 국회에서 한나라당 당사까지 "김홍걸 귀국""특검제 실시"를 외치며 노타이 차림으로 시위를 벌였다.

◇"철저하게 썩은 정권"=이날 열린 대선후보 경선을 위한 TV합동토론회(강원 KBS)는 대여 규탄대회가 됐다.

이회창 후보는 "薛의원의 주장은 완전 날조"라며 "완전하게 썩은 정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병렬(崔秉烈)후보는 "도대체 뭐하는 나라,뭐하는 정부인지 모르겠다"며 "대통령의 아들 셋이 몽땅 부패혐의를 받는데 이 정권은 무슨 거짓말을 이렇게 잘하느냐"고 질타했다. 이부영(富榮)·이상희(祥羲)후보는 "민주당의 행태를 이해하지 못하겠다""이번 대선에선 정치판의 근거없는 모함을 몰아내자"고 했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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