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고화질 중계 기대하세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지난해 10월 9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 KBS·MBC·SBS가 연합한 한국 방송단(KP)과 국제축구연맹(FIFA)의 판매 대행사가 TV 중계권 계약서에 서명했다. 당시 KP 실무단 중 홍일점인 KBS 민은경(45)차장은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2년을 끌었던 고된 협상이 끝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6개월여 흐른 요즘, 그는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쁘게 뛰고 있다. 중계권 협상의 후속 작업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국제 대회에 '준비 끝'이 있을 수 있나요. 외국과 시차가 있다 보니 별 보며 퇴근하기 일쑤네요."

FIFA측은 자신들의 로고 하나를 사용하는 데도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예를 들어 포스터를 어디에 몇 장 붙이는지 정확히 계산해 배포한다. 이런 상황에서 말썽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게 그의 임무다.

월드컵은 전세계 2백여 국가에서 연 4백50억명이 시청하는 미디어 제전이기도 하다. 그만큼 방송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사실 중계권 협상 과정에서 난관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 비해 중계권료가 20~50배 가까이 치솟아 한국 방송단을 곤혹스럽게 한 것이다. 결국 '버티기 작전'으로 막판까지 중계권료 인하를 놓고 씨름했다.

우리의 경우 2006년 월드컵까지 묶어 6천만달러(약 7백50억원)선에서 계약을 끝냈다. 반면 일본은 2억달러 이상을 내야 한다.

또 이번 월드컵 중계는 본격적인 디지털 방식으로 치러진다는 특징이 있다. 대부분의 방송시설이 집결될 제1국제방송센터(IBC1)가 일본이 아닌 서울 코엑스에 만들어지는 것도 의미가 깊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선진 방송 기술을 익히는 것도 방송단의 목표 중 하나다. 특히 고화질(HD)TV 방송을 위해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우리 프로듀서와 카메라맨이 경기장에 들어가 촬영하게 된다.

민씨는 월드컵이 우리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16강 진출에만 매달려 있는 게 안타깝습니다. 개최국이라는 명칭에만 들뜰 것이 아니라 유럽인들이 만들어낸 월드컵이란 브랜드의 강력한 힘을 직시하고, 우리도 그 노하우를 배워야 합니다."

이상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