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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처방전에 藥 20개 넘기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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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소화제 2개, 항생제 6개, 간장약 2개, 소화성궤양약 1개 등등 '.

W병원은 지난해 9월 폐결핵성 흉막염 환자에게 9개 성분 17개 약을 처방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아무리 위중한 병이라도 항생제를 3개 이상 쓰는 경우는 별로 없으며 소화제·간장약을 2개씩이나 처방한 점도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병원들의 과잉 처방이 심각하고 대부분의 대학병원이 같은 성분의 약품 중에서 가장 비싼 약을 처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백여종의 약품은 같은 성분인 데도 가격이 세배 가량 차이나고, 제약회사가 건강보험에서 제외된 약을 일부 성분만 바꿔 건보 약품으로 생산하는 등 약품 관리가 엉망인 것으로 분석됐다.

◇과잉 처방=보건복지부는 서울대병원 등 33개 대학병원이 지난해 9월 한달간 발행한 처방전 1백24만건을 분석한 결과, W병원 두 곳과 P·C·J병원 등 다섯곳이 발행한 처방전에 10개 이상의 약이 들어간 경우가 40~50건씩에 달했다.해당 병원 전체 처방전의 3~5%에 해당한다. 한 처방전에 20개 이상의 약을 쓴 병원도 네곳이었다.

이 때문에 두곳의 W병원 등 5개 소규모 대학병원의 처방전당 평균 약품 가짓수는 4.3개로 S병원 등 대형 병원 다섯곳 평균(2.7개)의 1.6배에 달했다. 같은 질병인데도 병원에 따라 약의 가짓수 차가 크다는 뜻이다.

또 외래환자 처방전에 든 항생제의 99.7%가 동일 성분 약 중에서 건강보험 등재 가격이 가장 비싼 것이었다. 항생제뿐 아니라 해열진통제와 같은 보조치료제도 95% 이상이 고가약이었다.

보건복지부는 "의약 분업 이후 대학병원의 처방이 거의 모두 고가약으로 바뀌었다"면서 "이 때문에 환자 부담도 커지고 건보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약 관리 엉망=H사의 혈압강하제 50㎎의 건강보험 가격은 2백90원으로 또 다른 H사 제품(41원)의 일곱배나 된다. 어떤 안약끼리는 23배나 차이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동일 성분(함량)인데도 가격차가 세배 이상 나는 경우가 1백7개 성분에 4백87개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이달부터 소화제와 세가지 성분 이상의 복합 제산제 등 일반약 9백79개 품목을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렇게 하자 D제약은 제산제 성분을 하나 빼고 두가지 성분의 복합제를 만들어 지난 1일 건강보험에 등재했다. 또 다른 D제약은 소화제를 비슷한 효과를 내는 소화성궤양제로 바꿔 건보에 등재하는 등 정부의 건보 재정 절감정책을 교묘히 빠져나가고 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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