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는 우리들의 선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올해로 꼭 20년이구먼. 부산 미 문화원에 우리가 방화한 것이. 당시 공범이었던 자네는 지금 마리아수녀회가 운영하는 부산구호병원의 의사로 있고, 나는 시대와의 응전 방식으로 출판 활동을 선택했지. 마침 내가 손때 묻혀 만든 책 『칸타하르』를 함께 읽고 싶네. 한달 전 펴낸 이 책은 영화 '칸타하르'의 연출자이기도 한 모흐센 마흐말바프가 아프가니스탄 비극의 현장을 담은 르포물이지. 내 경우 이 책을 통해 지난해 9·11 사태가 시뮬레이션의 이미지가 아닌 우리시대의 슬픔으로 성큼 다가왔네. 20년 전 우리 행동이 한때의 객기가 아니라면, 지금 보다 깨어 있으려는 선택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만들더군.

<문부식 삼인출판사 주간이 동료 최충언에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