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 콘서트 성공 再起위한 쇼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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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개그우먼 이영자(34·사진)씨는 시종일관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지난 해 6월 '다이어트 파문' 이후 의식적으로 언론과의 접촉을 피해 왔던 그녀다.

이영자씨의 방송 컴백을 둘러싼 논란은 좀처럼 그칠 요량이 아니다. 오는 21일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게릴라 콘서트' 코너를 통해 근 1년 만에 시청자 앞에 서는 것을 두고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상당수 네티즌은 이씨가 이번 기회에 팬 동원 능력을 보이면서 방송 활동을 재개하려는 것 아니냐고 비난하고 있다. 어렵사리 그녀를 만남의 자리로 이끌어 얘기를 들었다.

-'게릴라 콘서트'에서 5천명 이상의 청중을 동원하면 방송 활동을 본격적으로 재개하겠다고 했다는데.

"내 목숨을 걸고 이야기하지만 그런 말을 한 적 없다. 누군가 사실을 왜곡한 것이고, 그것이 인터넷 상에 잘못 알려졌다."

-방송 활동의 전초전이 아니란 얘기인가.

"내가 하고 싶다고 시켜 줄 방송사가 아니다. 추가 방송 활동 계획은 아직 없다."

-그렇다면 '게릴라 콘서트'엔 왜 출연했나.

"제자(그녀는 현재 예원대 코미디학과의 겸임 교수로 활동 중이다)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 내 제자들은 그동안 여러 방송사에 나의 복귀를 주장해 왔다. 사회에선 실패가 훨씬 많게 마련이다. '망가진' 이영자도 일어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방송사의 요청이 왔을 때 응하게 된 것이다."

-네티즌들의 비난 여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들의 의견을 존중한다. 그러나 '게릴라 콘서트'에 온 1만여명의 시민들은 또 뭔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운집한 팬들을 보며 울고 또 울었다. 세상을 다시 살아야 하겠다는 용기를 얻었다."

-그동안의 심경을 정리한다면.

"죽음보다 못한 나날이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잃었다. 남의 질시와 비난에 익숙하지 않았던 나로선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검찰에서 무혐의 결정을 받았지만, 거기엔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하루에도 몇번씩 죽음을 생각했다."

-어떤 활동을 하면서 보냈나.

"월요일에는 학생들을 가르쳤다. 유일한 낙이었다. 내 제자들이 지난해와 올 초 각종 개그 콘테스트를 휩쓸었을 때의 기분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나머지 6일은 허공만 쳐다보며 지냈다."

-지난해 사건에 대해 아직 할말이 많은가.

"말할 게 많지만 믿어 주실지 모르겠다. 운동으로 살을 뺐다는 것만은 정말 진실이다."

이영자씨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당당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코미디사를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TV에 국한하지 않고 '남을 웃긴다'는 내 천직을 살릴 수 있는 길을 계속 찾아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방송 활동에 급급하지 않고 자유로워지겠다는 것이다.

글=이상복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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