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법 폐지 막을 용기·배짱 가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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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좀처럼 정상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임시국회가 17일로 8일째 파행되고 있지만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 강온 대립한 한나라당=한나라당은 이날 법사위 회의장에서 의원총회를 열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여당이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안을 처리하려고 하는데 우리가 법사위만 계속 지키고 있어야 할지 결정을 내려 달라"고 했다. 그의 발언엔 농성을 접고 임시국회에 응하자는 뜻이 담겨 있었다.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 맹형규.박형준 의원 등이 "전략적 차원에서 국회 상임위 활동에 들어가 여당의 일방 독주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병국 의원은 "법사위에 한나라당의 보안법 개정안과 여당 안을 함께 상정하는 대신 내년 2월까지 처리를 미루는 방안을 타협안으로 내놓자"고 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표가 이 같은 타협론에 제동을 걸었다. 그는 "우리가 협상안(여당이 '4대 법안' 합의 처리를 약속하면 국회를 정상화한다)을 내놓은 지 얼마 안 됐는데 저쪽에서 무슨 말이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협상안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보안법안 상정 여부를 놓고 토론하면 안 된다. 보안법 폐지를 막겠다는 결연한 마음과 용기와 배짱을 가져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자 강경론자인 이규택.이방호.유승민 의원 등이 나서 "우리가 들어갔을 때 여당이 날치기를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며 동조했다. 결국 의총은 당분간 더 임시국회를 거부하면서 여당의 태도 변화를 기다린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 기다리며 압박한 열린우리당=열린우리당은 당초 오전 10시부터 운영위 전체회의를 열어 단독으로 기금관리기본법안과 민간투자법안을 처리하려 했으나 한나라당 원내대표단으로부터 "기다려 달라"는 요청을 받고 법안 처리를 미뤘다. 한나라당 측에선 "의총에서 진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열린우리당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나라당 의총에서 박 대표 협상안을 관철시키자는 쪽으로 결론이 나자 허탈해 했다. 일부 강경파 의원은 "한나라당이 지연 작전을 쓰고 있다"며 "법안을 단독 처리하자"고 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하루 정도 더 기다리자"고 했다. 박영선 원내대표단 대변인은 "한나라당의 등원(登院)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기금관리기본법안 등을 오늘 처리하지 않기로 했다"며 "운영위는 20일에 다시 연다"고 발표했다.

열린우리당은 행자위.건교위.복지위 등 다른 상임위와 예산안 조정소위는 가동했다. 한나라당을 압박하기 위해서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오후 상임중앙위원회의를 열고 4대 법안 처리방식을 이부영 당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에게 일임하기로 결정했다.

신용호.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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