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토 체르보=이도은 기자
격식 갖춘 피케셔츠가 기본
지중해 파도를 헤치고 대회에 나선 로로피아나 요트팀. 아래위를 모두 흰색으로 통일시켜 푸른 바다와 대조를 이룬다.
피케셔츠·반바지·야구모자로 클래식한 멋을 낸 스코피오네팀.
바다와 어울리는 흰색이 최고
고무줄 바지 대신 벨트를 매는 것도 요트룩만의 특징.
포인트는 방풍 점퍼로
빨간색 방풍 조끼로 포인트를 준 가네샤팀.
실용적인 이 옷들이 바로 요트룩의 포인트가 됐다. 선수복과 달리 빨강·주황·노랑 등 튀는 색이 많아 스타일링에 요긴했다. 특히 로로피아나팀의 조끼 점퍼는 스포츠웨어 같지 않았다. 양모·실크·캐시미어 등으로 만들어 소재가 고급스럽기도 했지만 ‘아저씨 패션’답지 않게 라인은 슬림했다. 반짝거리는 겉감 덕에 은근히 트렌디해 보였다. 원포인트 전략이 요트 패션에서도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일부 선수가 운동화 대신 신은 ‘보트 슈즈’도 요트룩의 액세서리가 됐다. 원래는 미끄러운 갑판에서도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신는 것. 하지만 다른 대안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요트룩에 가장 잘 어울리는 캐주얼 신발이었다. 끈 없이 발등이 훤히 드러나 편안하면서도 시원해 보였다. 감색·주황·베이지까지 일반 운동화·구두보다 색깔도 다양했다.
“나이 든 고객이 젊게 보이는 옷 만들고 싶다
한국시장 커가니 제주서도 요트 대회를”
이탈리아 브랜드 로로피아나, 피에르 루이지 회장
-명품업체라서 ‘럭셔리’한 요트를 통해 마케팅을 하는 것인가.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유럽에서는 요트가 럭셔리 스포츠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저렴한 요트부터 놀랄 만한 가격의 요트가 있다. 어쨌든 우리 고객은 이미 오래전부터 요트를 즐기는 이들이다. 우아하면서도 자연친화적인 요트는 브랜드 철학과 잘 맞는다. 또 세대에 걸쳐 물려받을 수 있는 레저라는 것도 명품의 철학과 비슷하다.”
-이런 대회를 여는 게 홍보에 효과가 있나.
“우리의 고객은 한정적이다. 그렇다고 대규모로 광고를 했다간 고객을 ‘선택’할 기회가 사라진다. 우리 옷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줄 사람에게만 팔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니 차라리 소수의 고객을 행사에 초대하는 게 낫다. 어차피 그들이 가족들과 함께 대회를 즐기다 보면 손자·손녀들도 미래 고객이 될 수 있다.”
-상류층끼리 교류하는 장을 만들어 주며 고객을 관리한다는 뜻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참가자들은 그냥 즐기면 된다. 그저 순수하게 노는 오락 행사다. 보통 한 요트에 10~15명이 탄다. 의사·변호사·기업가 등 직업도 다양하지만 어느 누구도 하는 일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는다. 여기선 요트 얘기만 하게 된다. 요트 안에선 모두가 평등하다.”
-참가자 중엔 젊은이들도 많던데.
“고객이라기보단 요트가 좋아 온 청년들이 꽤 된다. 하지만 이들과 만나는 게 내 입장에선 크게 도움이 된다. 상류사회보다 일반인에게서 더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들에겐 완전한 명품이 무엇인지 이해시키는 기회도 된다. 어쩌면 미래의 고객이다.”
-완전한 명품이란 무엇인가.
“제품이 지닌 정직성을 고객에게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돈을 벌어야 하는 입장에선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요트와 경영의 공통점은.
“팀워크다. 왼쪽에서 바람을 보고 밧줄을 풀면 오른쪽에선 반대로 조여야 균형을 잡는다. 그러려면 선장은 선원들과 제대로 소통할 줄도 알아야 한다. ”
-다른 명품 브랜드들은 젊은 층을 잡으려 안간힘을 쓴다.
“우리는 차라리 나이 든 고객들이 젊게 보이는 옷을 만들고 싶다. 요즘은 너무 빨리 바뀌고 금세 질리는 옷만 추구한다. 하지만 우리는 패션이 아닌 지속 가능한 스타일을 보여 주고 싶다. 그래야 고객이 옷의 질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사실 젊을 때는 힘든 일이다. 질로 승부하는 명품은 적어도 35세는 넘어야 그 가치를 알아볼 수 있다.”
요트룩·크루즈룩·마린룩 … 이름 따라 달라요, 바다를 입는 법
‘요트룩’이라고 스포츠웨어만 말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모터로 움직이는 크루즈 요트에선 다양한 패션의 변주가 일어난다. 마치 영화 주인공이 된 듯 우아하고 세련된 멋을 즐길 수 있다. 단 세일링 때처럼 ‘요트룩의 전통’은 지킬 것. 컬러는 흰색이 기본이 되고, 포인트는 과거 돛 색깔의 대부분을 차지한 감색과 빨강을 택하면 된다. 또 옷의 소재는 가능한 한 고급스러워야 한다.
흰색 롱스커트+스트라이프 티셔츠가 기본
바람에 하늘거리는 스커트와 줄무늬 티셔츠는 크루즈 요트룩의 정석이다. [촬영 협조 파파야·오즈세컨·탑걸·헤드·마나스·아페쎄]
크루즈룩·마린룩과 뭐가 다를까
롱원피스로는 크루즈룩을, 미니스커트로는 마린룩이 연출된다. [촬영 협조 파파야·오즈세컨·탑걸·헤드·마나스·아페쎄]
마린룩은 요트룩을 응용한 평상복으로, 훨씬 캐주얼하고 발랄하다. 스타일이 젊기 때문에 다양한 액세서리를 이용해 멋을 내기도 쉽다. 스트라이프 티셔츠에 재킷·미니스커트를 입는 게 대표적인 마린룩이다. 같은 스트라이프라도 요트룩보다 무늬가 잔잔한 것이 어울리며 신발도 납작한 것보다 굽 놉은 샌들이 잘 맞는다. 보통 캐주얼한 차림에 조개로 만든 팔찌나 돛이 그려진 천가방·스카프 등을 걸쳐도 마린룩이 연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