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이 웬 10만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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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김홍걸씨가 이신범 전 의원에게 자신의 미국 내 생활에 대한 폭로 중단 및 명예훼손 소송 취하 조건으로 10만달러를 줬다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유학생 신분인 金씨가 어떻게 이런 거액을 마련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金씨측은 17일 이 돈에 대해 "로스앤젤레스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외가 친척이 빌려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10만달러 이외에도 전의원에게 56만달러(약 7억2천만원)를 추가로 주기로 합의한 상태여서 자금 출처를 둘러싼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金씨에게는 그동안 ▶로스앤젤레스의 97만5천달러짜리 주택 구입비(2000년)▶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석달간 23만7천여달러를 입금받은 은행계좌 내역 등이 의혹으로 제기됐었다. 그러나 金씨는 "유학생 신분에 그런 큰 돈이 어디 있겠느냐" "살던 집을 팔고 돈을 융자받아 조달한 것" 등으로 해명해 왔다.

◇자금 출처 구설들=金씨는 USC(남가주대) 석사과정 중이던 1994년에는 월셋방에다 소형차를 타고 다녔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95년 34만달러짜리 주택을 구입해 교민들의 입에 올랐다.

이어 2000년 97만5천달러짜리 주택을 구입하면서 40만달러를 현금으로 지급했고, 지난해 그와 관련한 은행계좌 내역이 공개되면서 논란을 불렀다.

당시 청와대는 홍걸씨가 이사를 하는 시점이어서 돈거래가 잦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전의원에게 56만달러를 주기로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간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지게 됐다.

金씨는 현재 로스앤젤레스 인근 포모나대학의 객원연구원 신분으로 박사과정(국제정치학)을 밟고 있어 이같은 거액을 마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현지 교민들의 지적이다.

金씨는 91년 결혼해 93년 부인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으며 8세,6세 된 두 아들을 두고 있다.

◇비정상적 외부 지원 의혹=金씨가 친분이 있는 사람들로부터 적지않은 금전적 지원을 받아온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최규선씨를 비롯해 현정권 들어 국내에서 굵직한 사업을 벌여 야당으로부터 축재과정에 의혹이 제기된 무기중개상 C씨 등의 이름도 거론된다.

최규선씨는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94년부터 개인적으로 알게 된 홍걸씨에게 용돈조로 1천만~2천만원씩, 9만달러를 줬다"고 밝혔다.

C씨는 金씨의 유학생활 초기부터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로스앤젤레스 교민들에게 알려져 있다.

최규선씨 사건에 등장하면서 세상에 알려진 홍걸씨의 동서 黃모(36·C토건 대표)씨도 그 중 한사람으로 거론된다.

최규선씨의 전 비서 천호영씨는 "지난해 4월에서 8월 사이에 현금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이 든 쇼핑백을 崔씨가 黃씨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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