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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안 룰렛'보다 무서운 흡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3면

'러시안 룰렛'이란 게임이 있다. 권총에 단 한 발의 총알만 장착한 채 자신의 머리를 겨냥해 방아쇠를 당긴다. 회전식 탄창엔 모두 6개의 총알이 들어가므로 6분의1의 확률로 생명을 건 도박을 하는 셈이다. 영화 '디어 헌터'의 장면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

만일 1억원을 줄 터이니 10년 후 러시안 룰렛을 하겠느냐고 제의한다면 독자 여러분은 승낙하겠는가. 아마 정신나간 사람이 아니라면 거절할 것이다. 생명을 담보로 도박을 할 순 없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 후생성은 일본의 남녀 성인 4만여명을 대상으로 10년 동안 추적 조사한 결과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남성은 60%, 여성은 90% 사망률이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다른 조건이 모두 똑같다면 10년 후 이 세상에 존재하지 못할 확률이 흡연 남성은 1.6배, 흡연 여성은 1.9배나 높다는 뜻이다.

러시안 룰렛은 1회당 6분의1, 그러니까 17%의 확률로 사망률을 증가시키는 셈이다. 이는 흡연으로 인한 사망률 증가가 10년 후 러시안 룰렛을 서너 차례 이상 반복하는 것과 맞먹을 정도로 심각함을 의미한다.

흡연자가 당장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증상은 없다. 그러나 위의 사례에서 보듯 수십년 후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훨씬 높은 사망률을 감수해야 한다. 지금까지 괜찮았으니 앞으로도 괜찮으리란 생각은 명백한 오류다.

국립암센터는 최근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폐암 가운데서도 지금까지 흡연과 관계가 없다고 알려진 선암(腺癌)조차 담배가 원인이란 유권해석을 내려 화제가 되고 있다. 역시 선암 환자인 이주일 씨는 말기 폐암의 몸으로 TV의 공익광고에 출연해 금연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새해 불기 시작한 전례없던 금연 바람이 수그러드는 듯하다고 한다.

'평생 금연'에 성공한 사람은 대부분 단 한번에 끊기보다 서너 차례 시행착오를 거쳤다 완전히 끊은 경우라고 한다. 올초 금연을 약속했다 다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마음을 고쳐 먹고 금연 대열에 합류해주길 바란다. 흡연은 기호가 아니라 중독이다.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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