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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중 계모임 18명중 1명만 살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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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사고 비행기에 탑승한 한국인 1백36명 중에는 효도 관광이나 계 모임 등으로 중국 여행에 나섰다 돌아오던 단체 관광객이 많았다. 대부분 여행 업체를 통해 베이징(北京) 등을 돌아보는 3박4일이나 5박6일 일정의 여행에 참가했다 변을 당했다.

평생을 교육에 헌신하고 정년 퇴직한 교사 부부 20여명도 관광객 중에 있었다.또 여고 동창생끼리 여행을 떠났다 사고를 당했다.

이밖에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중국 동포들도 탑승하고 있었다.

○…희생자 가운데 가족 단위의 단체 관광객이 많아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대구에 사는 부림 洪씨 여자 친목계 계원 여섯명과 이들의 친지·자녀 등 18명이 함께 중국 관광을 나섰다가 이중 홍난희(56·여)씨 한명만 살아 남아 문중 전체가 슬픔에 잠겼다.탑승자 중 홍숙근(54·여·대구시 동구 효목동)씨 등 여섯명의 50~60대 洪씨 성을 가진 여성은 부림 洪씨 집성촌인 경북 군위군 대율리가 고향인 문중 자매들이다. 이들은 대구에 거주하는 자매들끼리 10여년 전부터 계 모임을 하며 우애를 다지다 이번에 자녀·친지들을 포함, 18명이 함께 관광길에 나섰다.

또 경남 창원 상남동 세란병원 원장인 정상화(37)씨와 인근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부인 양진경(37)씨는 칠순을 맞은 양가 부모 및 자녀와 함께 관광을 다녀오다 변을 당했다.

이모(38·의료업·대구시 남구)씨는 "아버지 환갑 기념으로 어머니와 외삼촌·할아버지·할머니 등 가족 다섯명이 중국 여행을 다녀오다 사고 여객기에 탑승했다"며 "어른들이 모두 비행기 뒤쪽에 탑승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 분도 생존자 명단에서 찾지 못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유가족 대기실이 마련된 김해시청 1층 민원실에서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하러 온 박영애(49·여·경남 통영시 도천동)씨는 "어버지·어머니·삼촌 등 가족 아홉명이 비행기를 탔다.형제계에서 보내준 효도 관광이 이렇게 됐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경북 영주 지역 정년 퇴직 교사 11명은 부부 동반으로 여행을 갔다 오다 사고를 당했다. 이들은 퇴직 교사 중심으로 6년 전에 만든 '동류계'란 친목 모임의 회원들로 지난 10일 중국으로 떠나 베이징 등을 돌아보았다. 이들 중 영주 남산초등학교 교장을 지낸 우정대(68)씨는 사위와 딸도 현직 교원인 교사 가족이었다.

김해 중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배관주(70·경북 영주시 영주2동)씨는 "나는 괜찮으니 아내(김정옥·70)와 다른 동료들의 생사를 알려 달라"며 눈물을 흘렸다.

영주시교육청 관계자도 "명단을 보니 모두 3년 전쯤 같이 퇴임한 분들"이라며 "부부가 한창 재미있게 노년을 보내던 이들"이라며 울먹였다.

○…대구의 쌍마관광이 모집한 3박4일간의 베이징 패키지 여행에 참가한 20명을 비롯해 대구 지역 3~4개 여행 업체에서 모집한 관광객 등 대구·경북 지역 주민 50여명이 관광을 마치고 돌아오다 참변을 당했다. 또 대구 교동시장 상인연합회 소속 상인 19명도 포함돼 있었다.

부부 두 쌍을 포함해 부산여고 42년생 동창생 권복순씨 등 12명은 5박6일 일정으로 베이징 등을 여행하고 돌아오다 사고를 당했다.

구조된 강말세(65·여·경남 통영시 도산면)씨와 김효수(34·부산시 금정구 남산동)씨는 마을 주민 등과 중국 관광을 마치고 귀국 중이었다. 부산 온누리 여행사를 통해 단체 관광길에 오른 양정구 지역의 박화자(53)씨 등 주부 계 모임 여덟명도 타고 있었다.

○…이송자(63·여·경남 진주시 수정동)씨는 지난해 11월 아들 朴모(36)씨와 중국에서 결혼한 중국 동포 아내 염모(33)씨를 데리러 중국에 갔었다. 이씨는 염씨가 아들과 결혼했지만 당시 서류 정리가 제대로 안돼 아들만 귀국하자 지난 11일 직접 며느리를 보고 데리고 오기 위해 사고 비행기를 탔다.그러나 며느리 염씨가 함께 탑승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추락한 항공기에서 걸어 나와 119구조대원에 구조된 중국 동포 오영근(39·중국 지린성)씨는 "부산항에서 어선을 타기 위해 친구 네명과 함께 비행기를 탔다"며 친구들을 애타게 찾았다. 오씨는 한국에 가서 1년만 배를 타면 중국에서 10년 일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빚을 내 이날 비행기를 탔다. 오씨는 다리와 머리에 심한 타박상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김해=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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