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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철 거꾸로 앉아 부산까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경부고속철도를 운행할 열차의 좌석 배치에 문제가 있어 승객들의 불편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기자는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KTX) 초청으로 지난 10일 오후 경부고속철도 천안~대전(길이 63.4㎞)구간에서 열차를 시승했다.

시승 결과 열차의 특실 좌석은 열차 진행 방향으로 설치돼 있고 승객이 임의로 방향을 바꿀 수 있도록 돼 있어 승차감이 괜찮았다.

그러나 일반실의 경우 통로를 경계로 절반은 열차 진행 방향, 나머지 절반은 열차 진행 반대방향으로 각각 좌석이 설치돼 있다.

또 특실과 달리 승객이 좌석 방향을 마음대로 바꿀 수 없도록 고정돼 있다.

이에 따라 서울에서 부산까지 일반실 열차를 타는 승객 중 절반은 총 여행시간(1시간56분) 내내 열차 진행 반대방향 쪽으로 앉아 있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시승식에 참가한 申모(47)씨는 "열차가 최고 시속 3백㎞로 달릴 때 열차 진행 반대방향으로 앉아 있으려니 머리가 어지럽고 몸이 부자연스러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고속철도공단 관계자는 "전체 구간의 70%에 교량·터널 등 구조물이 설치될 우리나라 특성에 맞게 차량을 최대한 경량화(輕量化)하다 보니 좌석이 다소 불편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프랑스나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 신칸센(新幹線) 고속철도는 일반실도 좌석 방향 전환이 가능하다.

경부고속철도 개통 직후 운행될 차량은 국내 제작분 34편성을 포함, 총 46편성(편성당 20칸)이다. 차량은 모두 프랑스 알스톰(ALSTOM)사가 설계했다.

새마을호 등 기존 열차를 포함, 모든 열차는 자동차와 달리 목적지에 도착한 뒤 기관차 위치와 좌석 방향만 바꿔 다시 반대방향으로 운행한다. 경부고속철도는 내년 말에 서울~대전 구간이, 2004년 4월에는 전 구간이 개통될 예정이다.

대전=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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