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서 공직비리수사처 도입 놓고 설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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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7월 서울 은평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한나라당 소속으로 출마할 결심을 굳힌 이재오(사진 왼쪽) 국민권익위원장이 21일 야당 의원들과 충돌했다. 이날 오전 국회 정무위에서 민주당 홍재형(사진 오른쪽) 의원이 이 위원장을 상대로 “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 의지가 있으면 왜 아직까지 법안을 내지 않았느냐”고 따진 게 발단이 됐다. 이 위원장은 “법을 고쳐야 하는 사안인데 야당에서 위원장 개인이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른다고 해서 초보적인 것도 못했다”고 퉁명스럽게 답변하자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홍 의원=위원장께선 야당이 뭐라고 하면 꼼짝을 못하나.

▶이 위원장=꼼짝을 못하는 게 아니고 되지도 않는 말을 하니까.

▶홍 의원=그렇게 소신이 있으면 법안을 냈어야 하는 것 아니냐.

▶이 위원장=위원장 개인의 권력을 강화한다고 (야당이) 난리를 치지 않았나.

▶홍 의원=누가 난리를 쳤나.

▶이 위원장=당시 신문을 한번 복사해서 보시라. 행정부가 (법안을) 내면 여당 권력이 강화된다며 안 된다면서요. 참 나.

▶홍 의원=‘참 나’가 뭐냐. 답변 똑바로 하라.

▶이 위원장=국무위원석에 앉아 있으니까 무슨…. 질문을 질문 같은 걸 해야지요.

이런 답변을 접한 야당 의원들이 “있을 수 없는 국회모독”(민주당 박선숙), “정권실세가 국회를 협박하는 것”(창조한국당 유원일)이라며 펄펄 뛰어 회의가 정회되고 말았다.

허태열(한나라당) 정무위원장은 오후 6시쯤 이 위원장을 다시 불러 “이 위원장의 금도를 넘은 감정적 답변은 국회의 기능에 대한 정면도전이기 때문에 정무위원들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이 위원장은 “좀 더 신중하고 사려 깊게 답변했어야 함에도 감정이 앞선 답변을 드리게 돼 허 위원장과 정무위원님들께 심려를 끼쳐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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