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비판 동영상 퍼담은 블로거 … 총리실 불법 조사, 경찰에 내사 요청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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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2008년 11월 서울 동작경찰서에 보낸 공문(오른쪽). 동작경찰서는 조사 뒤 혐의 없다는 내사 보고서(왼쪽)를 냈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이명박 대통령을 비방하는 동영상을 개인 블로그에 올린 시민을 내사하고 사무실을 불법 조사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 이성남 의원은 21일 국회 정무위에서 공직윤리지원관실이 2008년 11월 서울 동작경찰서에 보낸 공문을 공개했다.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의 서명이 담긴 이 공문에는 “인터넷 ‘다음’ 블로그에 허위사실을 유포해 대통령에 대한 명예를 훼손한 혐의가 있는 김모씨에 대한 수사를 요청하니 결과를 보고해 달라”고 돼 있다.

이 의원 측에 따르면 문제의 동영상은 미국 교포 학생으로 보이는 K씨가 미국의 ‘마이 스페이스’에 게시한 것으로 의료민영화와 4대 강 사업 등 이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적으로 다뤄 국내에서 방영된 화면들을 편집한 것이라고 한다. 178만여 명이 접속했고 지금도 수십여 개의 블로그, UCC게시판에 게시돼 있다. 김씨는 이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2008년 6월 올렸다고 한다.

이성남 의원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은 민간인을 조사할 수 없고 한다 해도 공직자 비위와 연관된 민간인에 한해 해야 하는데 김씨를 내사하는 과정에서 (김씨가 대표로 있는) K사에 대해 회계자료와 디스켓 등을 불법으로 분석, 조사했다”고 지적했다. 또 “김씨는 총리실의 내사로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지분까지도 넘겨 개인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봤다”며 “담당 수사관이 혐의 없음이 명백하다고 했는데 경찰서장이 보완수사 지시를 하고 다시 조사가 진행된 뒤 검찰로 송치됐으나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인 김씨는 2009년 12월 기소유예 처분 취소를 청구하는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같은 당 신건 의원도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김씨 회사에 용역을 준) 은행 부행장을 찾아가 김씨 회사와 거래를 끊으라고 압력을 행사했다”며 “결국 김씨가 대표이사직과 지분을 내놓게 됐다”고 폭로했다. 신 의원은 “공직윤리지원관실 소속 직원이 김씨의 사무실에 들어가서 회계 관련 자료를 분석하고 검찰에 넘겨줬다”며 “공직윤리지원관실이 한 국민, 한 개인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할 수 있는 권한이 어디 있느냐”고 따졌다.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은 “민간인에 대해 조사한 것은 잘못”이라며 “의원들의 지적대로라면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며, 상황을 파악해 보고하겠다”고 답변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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