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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메이드 인 선전’ 아이패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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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아이패드가 미국에서 499달러에 팔리는데 팍스콘에 떨어지는 건 9달러입니다. 이것이 세계에서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중국 경제의 현주소입니다.”

이 교수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LCD패널(95달러), 애플 A4프로세서(26.8달러), 16GB메모리(19.5달러) 등 고부가가치 부품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아이패드의 제조원가는 259.6달러. 원가에서 조립비용에 할당된 비중은 3.4%였다. 아이패드 하나 팔릴 때마다 떨어지는 9달러를 갖고 대만 팍스콘과 선전공장의 40만 중국 근로자들이 나눈다는 것이다.

사정은 이래도 전 세계에 풀리는 아이패드에는 ‘메이드 인 차이나’가 찍혀 있다. 아이패드는 미국의 애플이 제품을 연구·개발·마케팅하고 한국·일본 등 부품 강국들이 핵심 부품을 대면 중국이 마지막에 이를 조립하는 국제수직 분업구조 속에서 만들어진다.

팍스콘 선전공장은 중국의 저임금 성장모델이 응축된 현장이다. 그런 팍스콘이 임금 인상 압력에 내몰리다 900위안 수준의 기본급을 2000위안으로 올리는 인상안을 발표하고 나서야 사태를 수습했다. 3개월간 업무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지만 더 이상 900위안대의 헐값 노동력은 옛말이 됐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팍스콘뿐 아니라 창장(長江)·주장(珠江)강 삼각주의 공장에선 200만 명 이상의 노동력이 부족해 외자 기업마다 적잖은 임금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중국 경제의 양대 산맥인 두 지역의 파업은 중국 기업이 아닌 대만·일본 등 외자 기업에서만 일어나고 있다. 임금 상승 시대를 열기에 앞서 외자 기업을 대상으로 정책 실험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불거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홍콩의 투자은행(IB) 관계자들은 저임금 시대를 끝내려면 수출 주도의 성장전략, 위안화 환율정책, 금리와 인플레이션 등 경제 전반에 미치는 충격을 흡수하고 파장을 줄이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팍스콘 등 외자 기업에서 일어난 일련의 파업은 저임금 산업에서 기술·자본집약적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경제체질을 바꾸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중국은 올해 여러 차례 성장동력을 수출에서 소비로 바꾸겠다고 천명했다. 중국이라는 항모가 일단 임금 상승을 통한 내수 소비 확대 쪽으로 경제 운용 방향을 틀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풍부한 저임금 노동력을 누렸던 외자 기업에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다. 시장을 무기로 선진국의 첨단기술을 전수받아 혁신시킨 중국 국유 기업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국진민퇴(국유기업이 일어서고 민영기업이 쇠퇴한다) 현상이 강화되는 중국에서 중국 기업과 경쟁하려면 우리도 초일류로 전열을 짤 수밖에 없는 때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정용환 홍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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