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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 앞둔 美軍기지 어떻게 활용하나 : 지자체들"도로·공원·관광단지로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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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난달 말 체결된 한·미 양국의 연합토지관리계획(LPP)협정에 따라 주한 미군이 사용하고 있는 전국 31개 지역(4천1백여만평)의 부지가 2011년까지 반환된다. 이에 따라 해당지역 지자체와 주민들은 이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두고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반면 새로 미군측에 부지를 제공해야 하는 8개 지역(1백54만평)에서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반환 예정지와 새로운 공여 대상지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편집자

11일 대구시 남구 대명동 미군부대 '캠프워커' 담장 앞 왕복 6차로의 도로는 차량 50여대가 차지하고 있다. 미군부대에 막혀 도로가 더 이상 뻗어나지 못해 아예 주차장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 도로는 2007년 이후에는 뚫릴 전망이다. 도로를 막고 있는 미군부대 땅이 한국측에 반환되기 때문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미군부대 때문에 기능을 못하던 도로가 살아나게 됐다"고 반겼다.

반환 예정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이 떠나는 미군부대 부지에 대한 개발기대에 부풀어 있다. 미군부대로 인해 기형화됐던 도시계획에도 숨통이 트인다. 각 자치단체들은 미군이 떠난 땅에 도로·공원 등 공공시설을 조성하고 관광명소 등으로 개발해 지역발전에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공원·관광지·도로 조성=부산시는 시민 여론조사 결과 범전동 등 일대의 '하야리아' 부대 자리(16만여평)를 녹지·문화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78%로 나타남에 따라 이 지역을 공원으로 만들 방침이다.

인천시는 반환되는 부평구 산곡동 '캠프마켓' 등 14만여평을 공원·학교·문화체육시설 등 공공시설 부지로 활용키로 했다. 인근에 현대·우성·동아아파트 등의 3만여가구가 들어서 이 일대가 주거밀집 지역으로 변한 만큼 주민들에게 쾌적한 생활공간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서울시는 이태원1동 미군 전용의 아리랑택시 부지 3천여평에 컨벤션센터·공연장·만남의 광장 등 복합 관광시설을 짓기로 했다. 관광특구인 이 일대가 거리가 좁고 문화시설 등 관광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경기도 동두천시는 보산동·상패동 일대 미군 훈련장 1천5백26만평 부지에 호텔 및 상업시설과 공원 등을 만들어 대규모 관광 위락시설 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동두천시 관계자는 "경기도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소요산과 가까워 관광지로서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시는 반환받는 남구 봉덕동 캠프워커 부지 1만7천평에 도로를 낼 계획이다.

행정타운이 들어서는 곳도 있다. 서울시는 한강로1가 '캠프킴' 부지 1만4천여평에 구청·구의회·소방서와 문화·체육시설 등을 아우르는 행정타운을 만드는 방안을 용산구와 협의하고 있다.

◇통일 기반시설 확충=경기도 파주시는 휴전선과 인접한 문산읍 일대 두개 미군부대 13만7천평의 부지에 남북교류와 통일에 대비한 시설을 조성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토지공사가 북한 개성에 추진 중인 2천만평 규모 개성공단의 배후 지원 도시로 개발, 종합운동장·물류단지·영농교류단지 등을 조성하고 의료·교육·문화시설 등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또 조리·월롱·광탄 등 농촌 네곳의 38만6천평 부지엔 산업단지를 유치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이밖에 강원도 춘천시는 근화동 '캠프페이지' 19만여평에 대한 개발계획을 세우지 못해 구체적인 개발안을 전문기관에 의뢰키로 했다. 시민단체도 별도의 개발계획을 준비 중이다.

◇문제점=토지매입 비용이 만만치 않아 지자체들이 고민하고 있다. 부산시가 정부로부터 하야리아부대 땅을 사들이는 데 6천억원(공시지가)이 필요하고 서울시도 2천3백여억원을 마련해야 한다. 반환되는 땅의 총 매입 비용은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부산시 황택진 도시개발심의관은 "지자체 예산으로는 매입비용 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미군부대로 인해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이 피해를 보아 왔기 때문에 보상 차원에서라도 국가에서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자체들은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는 '미군공여지역지원 및 주민권익보호에 관한 법률안'의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반환되는 땅이 공원·도로 등 공공시설로 개발될 경우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태원·정기환·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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