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출범 40년 기념법회 : 중생과 영욕 함께한 佛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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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한국 불교 최대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이 11일로 종단 출범 40년을 맞았다. 조계종은 이날 오후 1시 종단 총본산인 조계사 대웅전에서 전국 주요 사찰의 주지와 신도단체 대표 등 5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법회를 열었다. 조계종 총무원장인 정대(正大)스님은 기념사에서 "우리나라 불교의 역사는 영욕의 세월이었다"며 "이제 종단 출범 당시에 내세웠던 서원과 사명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지 성찰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대총무원장은 종지종풍의 현대적 정립, 민족통일과 전통의 창달, 종단 사부대중 공동체의 실현, 사찰 수행환경의 보존, 지식 정보화시대의 대응, 한국불교의 세계화 등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해방 전 우리 불교계는 1911년에 발효된 사찰령에 따라 조선총독부의 철저한 관리 감독을 받았다. 사찰령에 대한 반발로 21년에 선원의 수좌들을 중심으로 청정승풍을 살리기 위한 선학원이 창설되었다. 이 선학원이 나중에 재단으로 발전하여 조계종과 계속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오다가 최근 조계종 종헌을 받들기로 함으로써 조계종과 화해했다.

일부 선원의 자체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방 직후 우리 불교계엔 대처(帶妻)와 육식(肉食)이 널리 퍼져 있었다. 그래서 일부 선사(禪師)들 사이에 일제 잔재를 청산하지 않고는 불교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자성이 일었다. 왜색(倭色)을 털어내고 우리 불교의 전통을 이어받아 수행승단으로서 청정한 종풍을 확립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한불교조계종과 불교조계종 등으로 나뉘어 있던 종단을 통합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했다.

54년 이승만 대통령이 대처승에게 절 밖으로 나갈 것을 지시했고, 그 이듬해 조계사에서 전국의 승려들이 모여 비구 중심의 청정종단 재건과 사찰정화, 한국불교 전통 회복을 선언했다. 61년에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로 통합운동이 혼란에 빠지는 듯했으나 뒤이은 군사쿠데타가 오히려 통합운동에 박차를 가했다.

62년 2월에 비구·대처 양측이 8년만에 회동, 새 종단의 명칭을 대한불교조계종으로 합의했다. 같은 해 3월에 출가독신자에 한해 승려자격을 인정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종헌을 통과시키고, 초대 종정에 효봉(曉峰)스님을 추대했다.

70년대와 80년대에 전개된 사회의 민주화운동은 종단민주화에도 어느 정도 기여했으며 조계종이 사회로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 조계종이 이룬 중요한 성과로는 교육법·포교법 제정(62년)과 동국역경원 설립(64년), 한국승가불교학원(중앙승가대학 전신) 설립(79년), 고려대장경 전산화 CD 발간(2000년), 팔만대장경 한글 번역 완료(2001) 등이 꼽힌다.

조계종은 이런 불교의 현대사를 말해주는 사건과 사업들을 연대별로 묶어 사진집으로 펴냈다. 『사진으로 본 통합종단 40년사』에는 서울 4대문 안에 최초로 건설된 각황사와 37년 조계사를 건설하는 모습, 효봉스님 등의 친필, 47년 봉암사 결사에 참여한 스님들의 사진 등 소중한 자료들이 많이 실려 있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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