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방문 몇시간 앞두고 이스라엘, 팔 추가 공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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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스라엘군이 12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이스라엘 도착을 불과 몇시간 앞두고 팔레스타인인 2천명 이상을 잡아들이고 마을 세곳을 추가 공격하는 등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처럼 이스라엘이 미국의 거듭된 철군 요구를 묵살하고 강공을 계속함에 따라 미국·이스라엘간에 난기류가 형성되고 있다고 미국 언론이 11일 보도했다.

◇이, 공격으로 파월 영접=이스라엘군은 이날 기존에 점령했던 20여 마을에서 철수했으나 요르단강 서안의 다히리야·비르 제이트 마을과 에인 힐메 난민촌에 진입하는 등 '화·전(和·戰)양면작전'을 펼쳤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탱크 15대를 앞세우고 지난 9일 병력을 철수시켰던 툴카렘에 재진입했으며, 하루 동안 테러용의자 2천1백7명을 검거, 총 4천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을 잡아들였다. AFP 통신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의 대량 검거로 파월을 영접했다"고 보도했다. 또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29일 공세 개시 이래 최대 격전을 벌였고 '학살' 논란까지 빚은 난민촌 예닌을 이날 맹공, 마지막까지 저항하던 팔레스타인 무장대원 30여명을 생포했다. dpa 통신은 "이스라엘군이 예닌에서 숨진 팔레스타인인들을 한꺼번에 묻는 대형 무덤을 만들어 학살의혹 은폐에 나섰다는 소문이 돌고 있으나 이스라엘군은 이를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예닌 시내 건물들은 거의 파괴됐으며 거리에는 인적이 끊겼다.팔레스타인측은 "이스라엘군의 무자비한 공격으로 5백명이 숨졌다"고 주장했으나 이스라엘은 "1백명선"이라 반박했다. 이스라엘군은 11일 현재 라말라·베들레헴 등 서안 주요 도시를 계속 장악하고 있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10일 "팔레스타인 테러조직이 와해될 때까지 철군은 없을 것"이라며 "파월 국무장관이 이스라엘에서 아라파트 수반을 만날 경우 '비극적 실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냉랭해진 백악관=워싱턴 포스트는 11일 "샤론 총리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거듭된 철군 요구를 무시하고 공격강도를 오히려 높임에 따라 그동안 이스라엘 편을 들어온 백악관 참모진 내에서조차 샤론이 미국의 동반자인지에 대해 의문이 확산되고 있다"며 "참모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와 샤론에 대한 지지를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할 정도로 샤론에 대한 신뢰가 줄어든 상태"라고 전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걸프전 승리 뒤 경기침체 때문에 재선에 실패한 아버지의 악몽을 의식하는 부시 대통령은 이·팔분쟁이 미국 내에 에너지 파동과 경제침체를 부를 가능성에 눈을 돌렸다"고 분석했다. 자신의 어려운 상황을 외면하고 공격을 계속하는 샤론을 부시 대통령이 좋게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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