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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한국 세일즈 하세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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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월드컵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 대회가 아니다.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지구촌의 축제다. 우리는 이 기회를 세계인에게 한국의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는 이벤트로 활용해 실속을 차려야 한다. 물론 우리 팀이 16강·8강·4강으로 연승해 간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를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세계 무대를 통해 등장시키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는 88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세계무대에 멋지게 신고식을 치른 바 있다. 이제 한국을 또다시 세계인에게 알릴 기회가 온 것이다. 하늘이 내려주신 복이다.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는 우리나라 사람 모두가 열린 마음으로 세계인의 일원이 되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코리안 서포터즈다. 외국 선수팀과 관람객들에게 환영·응원·안내를 통해 한국인의 친절과 우의를 심어주고, 한국문화를 자랑할 자원응원단을 조직하는 것이 그것이다. 가령 세네갈 축구팀이 한국에 오면 세네갈 축구팀의 유니폼을 입고 세네갈 국기를 손에 들고 단 몇마디라도 세네갈 말을 배워 환영하고, 안내하고, 축구장에서 응원하는 것이다. 식당과 호텔·거리에서 이렇게 이들을 맞이한다면 세네갈 축구팀과 관람객들이 한국인의 친절과 문화에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세네갈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훨씬 더 좋아질 것이고, 세네갈 국민과 우리 국민 사이에 돈으로 살 수 없는 우의가 깊어질 것이다. 모든 참가국 사람들과 이런 관계를 맺는다면 그야말로 '꿈의 월드컵'이 될 것이다.

월드컵은 한국문화는 물론 수출상품에 대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는 사람들끼리는 친절히 대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낯가림하는 경향이 있다. 솔직히 이 점이 조금 걱정스럽다. 15개국 참가팀에 대한 자원응원단인 코리안 서포터즈는 월드컵을 통해 한국의 이미지를 세계에 고양시키고 동시에 우리 자신을 세계화시키는 일종의 '박수부대'다. 인사 잘하기, 웃으며 대하기, 거리에 담배꽁초 안버리기, 인도에서 오토바이 안타기, 전철에서 행상 안하기, 친절하게 손님맞이하기, 난폭 운전 안하기, 줄서서 버스타기…이런 작은 행동이 모여 한국의 이미지를 만든다. 응원단에 가입을 않더라도 이런 작은 일들에 신경을 쓴다면 우리는 성공적인 월드컵을 치를 수 있다. 더구나 이번 월드컵은 일본과 공동 개최하므로 세계인들에게 한·일 두 나라를 비교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번 월드컵은 우리에게는 문화월드컵인 동시에 경제월드컵이 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훌륭한 문화·친절·인정이라는 유형무형의 상품을 세계에 판매하고 홍보하는 기회가 돼야 한다. 프랑스의 석학 기소르망은 "한국의 수출상품은 질적인 면에서는 세계 수준급이지만 상품에 대한 문화 이미지가 부족해 일류 대접을 못받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연인원 6백억명이 TV로 시청하게 될 월드컵 기간에 미용실·식당·목욕탕·병원·극장 등 모든 일터에서 직장인들과 시민들이 서포터즈가 돼 선진화된 한국의 모습을 판매하는 세일즈맨이 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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