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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기업들 토착경영 바람 코리안 CEO 속속 발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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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아이스크림 '하겐다즈'로 유명한 다국적 식품회사인 제너럴밀스는 올초 국내에 진출하면서 3개월간의 장고 끝에 지난 2일 한국인을 첫 사장으로 선임했다. 본사 인력이 들어와 사업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국내 사정을 잘 아는 인물을 뽑아 빨리 사업을 정착시키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에 따라서다.

글로벌 기업들이 '토착 경영'을 내걸며 한국인 최고경영자(CEO)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 시장이 커졌고 글로벌화도 진행됐다는 얘기다.

이재희 유니레버코리아 회장은 "동·서양이 만나는 글로벌 경영의 접점에 서서 양쪽 경영문화의 장점들을 융합하는 노하우를 익히고, 그것을 국내 기업들에 전해주는 중간 역할을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한국인 글로벌 CEO=도시바는 지난해 말 한국 현지법인을 설립하면서 일본 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컴팩코리아 임원 출신인 차인덕씨를 CEO로 선임했다. 도시바 관계자는 "현지법인은 CEO 개인의 경험과 인적 관계가 경영 성과를 좌우하는 해외법인의 특성을 감안했으며 다행히 시장에 빨리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니코리아도 한국 진출(1990년) 이래 처음으로 지난해 말 이명우씨를 사장으로 임명했다. 수입차 업계의 한국인 경영자 교체 바람도 거세다. GM코리아는 지난해 말 김근탁씨를 사장으로 영입했다. 또 볼보트럭코리아는 지난해 한영철씨를 사장으로 뽑았다. 96년 설립된 볼보트럭코리아가 한국인을 CEO로 임명하기는 처음. 포드세일즈서비스 역시 지난해 전임 니하 파텔 사장 후임으로 정재희 사장을 선임했다.

◇위상 넓혀가는 글로벌 CEO=글로벌 기업 CEO들은 97년 기존의 단순한 친목모임을 '한국외국기업협회'로 확대했다. 그동안 회원이 계속 늘어 현재 1천2백여명이 등록돼 있으며 이들 중 한국인 CEO는 80%에 이른다. 이들은 1백20여명으로 구성된 회장단 회의를 비롯, 정기적으로 모여 한국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 위한 방안과 사업 정보 등을 교환하고 있다. 이 협회 김선재 본부장은 "성과를 중시하는 외국기업 특성상 한국인 CEO들은 이미 능력을 검증받은 경영인"이라며 "골프·산행·강연 등을 통해 결속을 다지고 있다"고 밝혔다. 전경련도 이들을 끌어안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경련은 2000년 4월 산하에 국제기업위원회를 만들었다. 전경련 회원사인 30여개 글로벌 기업 CEO들이 분기별로 한번씩 모여 한국에서 사업하면서 느끼는 문화충돌이나 애로사항 등을 토로하고, 사업환경개선 등을 재계와 정부에 건의하기도 한다.

김동섭·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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