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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억 들인 유스텍 청소년 외면'낮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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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직업 댄서가 꿈인 申모(16·D공고2)군은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에 있는 강서유스텍에 자주 간다. 춤 연습을 하기 위해서다. 이용자가 거의 없어 50여평의 넓은 공간을 독차지할 때도 있다.

이곳은 중·고생들이 춤을 추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도록 서울시가 예산을 지원해 민간 청소년단체에서 무료 운영하는 시설이지만 텅 비어 있기 일쑤다.

申군은 "1년 넘게 다녔는데 일부 춤 동아리만 연습실로 사용할 뿐 일반 청소년은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22억여원을 들여 만든 무료 청소년 유스텍 14곳이 수요 예측 실패와 시설 미비로 개점휴업 상태다.

시는 1999년 10월 인천 호프집 화재 때 고교생 등 57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하자 청소년 건전 놀이공간을 만들겠다며 같은해 12월부터 1년여 동안 민간 청소년단체·청소년수련관 등에 유스텍을 집중 설치했다.

그러나 시가 유스텍을 만들기 시작할 때 이미 비슷한 기능을 가진 사설 콜라텍들마저 장사가 안돼 문을 닫고 있었다.

시는 이들 시설에 올해도 1억6천여만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용하는 청소년이 늘어날 것 같지는 않다.

시립 청소년수련관의 1백40평 강당에 1억여원을 들여 조명·음향기기 등을 설치해 만든 양천구 목동 와와유스텍은 시설이 촌스럽고 재미없어 청소년이 외면하고 있다.

인근 S여상 3년 宋모(17)양은 "DJ도 없는 덩그런 강당에서 누가 춤을 추겠느냐"며 "어른들이 우리 맘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말했다.

수련관측은 이용자가 계속 줄자 강당 대신 30여평의 공연 연습실을 유스텍 대용으로 쓰고 있지만 춤 동아리 등만이 찾을 뿐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그나마 이용자가 한 명도 없는 날이 많다.

사정이 이러니 대부분의 유스텍이 이용자 부풀리기, 예산 전용 등 편법 운영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유스텍을 이용한 청소년이 12만8천여명이라고 발표했지만 이 숫자를 믿는 관계자는 아무도 없다.

한 유스텍 관계자는 "한 사람이 4시간 동안 사용할 경우 4명이 이용한 것으로 시에 보고한다"며 "운영비를 다른 사업에 써도 시에서 아무런 제재가 없다"고 했다.

그는 "서울시에 청소년들이 즐겨찾는 PC방 등 다른 시설로 전환할 것을 건의해도 '시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사업인만큼 시장이 바뀔 때까지는 곤란하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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