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처녀 변신 앞둔 최 진 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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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이달 말에 시작하는 MBC 주말 연속극(제목 미정)의 작가 정성주는 드라마의 두 주인공으로 김혜자와 최진실을 '영입'한 사실에 흡족함을 넘어 감사함을 느끼는 중이다. 그 셋은 이미 이전 작품 '장미와 콩나물'을 통해 서로의 장점을 깊숙이 파악하고 그 매력에 푹 빠져 있는 터다. 최진실과는 미니 시리즈 '추억'부터 시작하여 이번이 세 번째다.

"누구에게 들은 얘긴데 드라마 작가가 어떤 배우와 함께 일하고자 고집할 땐 솔직히 그 배우의 덕을 좀 보자는 속셈이 있게 마련이다. 꾸며진 이야기인 드라마에는 일종의 불신감이 있다. 그걸 빨리 소멸시켜야 시청자가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는데 최진실은 그 불신감을 없애 주는 데 특별히 기여한다."

정성주의 분석대로 최진실에겐 또래의 젊은 여배우들과 구별되는 '생활감'이란 게 분명히 있다. 대중과 따로 '놀지' 않고 함께 '살고' 있다는 느낌. 그게 배우로서 필수 요소라고 할 수는 없지만 예나 지금이나 화면 속의 그녀는 심각하거나 심오하지 않으며 허영의 거품조차 손에 잡히지 않는다. 밥 먹고 다투고 까르르 웃기도 하고 억울할 땐 똑같이 화도 낸다. 그래서 오히려 신뢰감이 간다는 것이다.

지금 활짝 뜨고 있는 '명랑소녀' 장나라의 이미지에는 데뷔 초의 최진실이 슬쩍슬쩍 스쳐간다. 그 표정들의 배경 음악으론 만화영화 '캔디'의 주제가가 '딱이다'."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마냥 귀엽지만 '단지 그것뿐'은 아니다. 고난 극복의 의지가 그들 눈빛에 숨어 있다.'깡순이' 최진실에겐 그 삶 자체가 이미 '명랑처녀 성공기'다.

십수년 전 오락 프로그램 '몰래 카메라'에서 그녀에게 천사옷을 입혀 나무에 매단 적이 있다. 순진한 그녀는 처음에 '세상의 간계'를 눈치채지 못하고 그냥 웃더니 이윽고 공포감에 질려 울음을 터뜨렸다. 부담 없이 웃겨 보자던 제작진의 의도는 그 날 완전히 빗나갔다. 엄청난 항의 전화가 전국 각지에서 쇄도했다.

아마 인터넷 게시판이 그 때도 있었다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그들의 불만은 한 가지. 왜 착한 최진실을 괴롭히느냐는 것이다. 그보다 훨씬 더 고통받은 연예인들에 대해선 깔깔 웃어댔던 시청자들이 그녀에게만은 유독 온정의 눈길을 보낸 이유가 무얼까. 그녀는 시청자와 '같은 편'이었던 것이다.

새 드라마에서 그녀는 서른 살의 연변 처녀 '이옥화'로 나온다. 그녀가 연변 사투리를 쓰면 어색하거나 안쓰럽지 않을까. 작가에게 물었더니 역시 똑같은 고민을 했단다. 서울말을 금세 익히는 걸로 캐릭터를 바꿀까도 고민했지만 그러나 최진실이 누군가."걱정 마시라요. 연습 부지런히 할테니끼니. 애당초 마음먹으신 대로 밀고 나가시라요." 그러면서 생글생글 웃더란다. 작가가 그녀를 예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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