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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가 대기업에 생산 맡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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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가정용 레인지 후드(연기 배출기)업체인 하츠는 제조의 상당 부분을 아웃소싱(외주)하면서 중소기업으론 드물게 대기업에 일감을 맡기고 있다. 후드와 쌀통은 직접 만들지만 반찬·김치 냉장고와 쿡탑(레인지) 등은 대우전자 등에 맡겨 하츠 브랜드로 판다.

이는 자사 브랜드에 대한 이수문(53)사장의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1988년 한강상사란 이름으로 유럽의 완제품을 수입판매한 이 회사는 2년 뒤 '쿠치나'라는 브랜드로 자체 생산을 시작해 10여년 만에 국내 후드 시장의 40% 이상을 점하는 선두주자가 됐다.

용기를 얻은 하츠는 소형 주방용 빌트인(붙박이)가전의 대표 브랜드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세웠다.

이를 위해 지난해 경기도 평택 공장을 완공하면서 회사명을 하츠로 바꾸는 등 대규모 기업이미지 통합(CI)작업을 했다.

하츠의 일취월장 비결은 연구개발에 대한 끝없는 투자와 관심이다. 설립 초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1년 반의 공동연구 끝에 소음이 적고 흡인력이 큰 팬을 개발해 생산성본부의 기술혁신대상을 받았다. 해외전시회가 열리면 신기술을 벤치마킹하려고 연구소 엔지니어들이 총동원되다시피 했다.

요즘 힘을 쏟는 분야는 소음을 더욱 줄인 '다단축류 팬'의 개발 작업."후드의 내수 1위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고 사장은 의욕을 보였다.

하츠의 제조기반은 탄탄하지만 결코 생산기술에 매몰되지 않는다. 사장은 "중국 같은 후발국들이 제조 기반을 잠식하는 마당에 우리 중소업계가 살길은 결국 브랜드력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츠의 고민은 국내 후드 시장이 포화에 가까워졌다는 점이다. 사장은 "이미 1백10만대에 이른 내수시장 규모가 앞으로 크게 늘 것 같지 않아 일본·호주·북미 등 해외시장을 뚫기 위한 출장이 잦아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매출 4백16억원 가운데 수출은 5억원 정도로 걸음마 단계. 하지만 올 들어 이미 일본 수출 2만개(2백만달러어치)계약을 성사시키는 등 예감이 좋다. 이런 여세를 몰아 연말이나 내년 초 코스닥 등록도 꿈꾸고 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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