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할머니가 스타 됐네 지난 주말 흥행 1위 영화 '집으로…' 주연 김을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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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난생 처음 영화에 출연한 일흔여덟살 할머니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5일 개봉된 영화 '집으로…'(감독 이정향)의 주연을 맡은 김을분(사진) 할머니가 그 주인공이다. 산골 오지에 살고 있는 외할머니와 도시에서 온 손자가 뜻하지 않게 함께 살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이 영화는 5~7일 사흘 동안 전국에서 35만6천여명(서울 14만4천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 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이번 주말부터 스크린 수가 10여개 가량 늘어날 예정이어서 '집으로…'의 열기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제작사 튜브픽쳐스는 "10여 차례에 걸친 '온국민 시사회'를 통해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정서의 영화라고 소문이 난 데다 식목일 연휴 덕을 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집으로…'는 일곱살짜리 손자 역을 맡은 유승호군 등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 출연진이 충북 영동의 한 마을 주민들이어서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었다. 서울 아들 집과 영동에 있는 자신의 집을 오가며 평범하게 살던 김할머니는 지난해 캐스팅 제의를 받자 "자식들한테 혹 누가 될까봐" 여러 번 고사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할머니가 아니면 안된다"고 확신한 이감독의 끈질긴 설득으로 결국 영화 '데뷔'를 하게 된 것.

전문 배우에 견줘도 손색없는 연기를 보여줘 제작진을 감탄케 만든 김할머니는 지난 달 시사회 직후 몰려든 언론의 인터뷰에 응하느라 한동안 몸살을 앓기도 했다. 방송 출연 제의도 쇄도해 9일 오전 MBC-TV의 '토크쇼, 임성훈과 함께'에 이감독과 같이 출연할 예정이다. 제작사측은 "매체 출연 요청이 많았지만 고령인 점을 감안해 자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할머니는 개봉일에 맞춰 서울 시내 3개 극장을 돌며 무대 인사를 했는데 일부 관객은 "우리 할머니 생각이 나 눈물을 흘렸다"며 김할머니를 포옹하기도 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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