泰에 한국ADSL 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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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4년 전 단신으로 태국에 건너간 한 한국 청년이 현지에서 IT업체를 창업, 최근 태국 전역에 2023년까지 초고속인터넷(ADSL)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사업권을 따냈다. 총 30억달러 규모로 태국 내에서도 사업권의 향방을 놓고 비상한 관심을 끌었던 정보기술(IT) 프로젝트다.

화제의 인물은 태국 현지 업체인 타이시스템의 박윤(38·사진)사장. 타이시스템은 태국 촌부리 지역의 인터넷서비스 회사로, 한국 국적의 朴사장이 지분 49%를 갖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불과 30억원.

朴사장은 "1차로 올해 1만회선을 시작으로 2005년까지 총 18만회선(약 3천만달러 규모)의 장비 등을 도입키로 한국의 KT와 계약을 체결했다"며 "한국의 ADSL 장비업체와 솔루션 업체들에 태국 특수(特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권 획득으로 朴사장은 태국 IT업계의 기린아로 우뚝 서게 됐다. 하지만 그의 태국 생활은 쉽지 않았다. 한국에서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그는 관광일을 하던 친구를 찾아 무작정 태국으로 갔다. 초기에는 하루 세끼를 해결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2년여 뒤 파타야에 있는 미니시암에 취직하면서 기회가 왔다. 미니시암은 세계 각국의 건축물을 25분의 1로 줄인 미니어처로 조성된 관광명소. 朴사장은 이곳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해외 마케팅담당 이사가 됐고, 일부 시설 운영권까지 옵션으로 받았다.

이곳에서 큰 돈을 번 朴사장은 태국에서도 한국처럼 인터넷 바람이 불 것을 예상해 1997년 인터넷서비스 업체인 타이시스템을 설립했다. 朴사장은 "당시 외환위기 때문에 실직한 한국의 우수한 컴퓨터 시스템, 홈페이지 구축, 그래픽 전문가를 확보했던 것이 기술력을 키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기술력을 확보한 朴사장은 그동안 태국에서 쌓아온 인맥 등을 총동원해 올해 태국정보통신청(TOT)에 ADSL 사업으로 생기는 수익의 10%를 준다는 조건으로 태국 전역에 ADSL 사업을 펼칠 수 있는 사업권을 따냈다. 지난달엔 국내 인터넷 기술과 콘텐츠를 태국에 맞게 개발할 3A텍이란 회사를 국내에 설립,모국에 화려하게 컴백했다. 朴사장은 "앞으로 급속하게 성장할 태국의 IT산업에 한국 기업들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맡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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