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법관이면 영원한 법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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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현행 법관 인사제도의 위헌 여부가 헌법재판소에 의해 판가름나게 됐다. 서울지법 문흥수 부장판사가 법관 인사제도의 승진·재임명·보수체계 등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낸 것이다. 현직 법원 간부가 법관 인사제도의 위헌성을 들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文부장판사는 소원심판 청구서에서 법관 고과평정과 이에 따른 고등법원 부장판사 선발 및 재임명·보수체계 등이 법관의 인격권·행복추구권·평등권·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그는 사건 처리율·파기율 등 구체적 사실에 의한 객관적 법관 평정과 당사자 반박 기회 부여, 법관 정년 보장, 법관 전원 동시 고법부장 승진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사법부 신뢰 제고와 신바람 나는 법원이 되기를 바라는 소망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현행 법관 인사제도의 문제점은 여러 차례 지적됐던 사안이다. 개선안이 만들어지고 관계법이 개정된 적도 있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법관 인사제도의 개선은 사법부의 당면 과제 중 하나였다.

그러나 文부장판사의 주장에도 문제가 있다. 특히 "한번 법관이면 영원한 법관이 될 때 훨씬 더 국리민복을 위해 재판하게 되고 국민의 신뢰와 존중을 얻게 된다"며 법관 전원 정년 보장을 주장한 부분은 공감이 안간다. 또 임관 동기생 전원 고법부장 승진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다. 사법부 고질인 전관예우를 없애기 위해 법관 정년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견강부회(牽强附會)식 논리가 아닐 수 없다.

법관 인사제도 개선에 대한 토론은 활성화될수록 좋고 이번 헌법소원은 공론화의 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법관 인사제도 개선안은 헌재와 같은 외부의 위헌판단에 의존하는 것보다 법관들의 활발한 내부 토론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사법부의 힘으로 결정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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