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때 사하라 종단 사막서 찾은 내일의 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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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나이=20대 초반. 직업=호텔 접시닦이·주차장 세차원·건물 청소부 등. 특기=중고차가 폐차가 되도록 여행하기. 집이 없어 겨울엔 자동차 안에서 살고 여름엔 자동차 옆에서 잠을 청함….

나이=50대 후반. 직업=IBM 등 세계적 기업의 비즈니스 컨설턴트 및 동기유발 전문가. 특기=4개 국어 구사. 캘리포니아에 멋진 저택을 갖고 있으며, 세계 각국에서 매년 45만여명에게 강연…. 이것이 한 인물의 이야기라면, 귀가 솔깃하지 않은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이들의 적지 않은 사례 중 하나로 넘겨버리기엔 그 과정이 자못 궁금할 법하다.

캐나다 출신의 저자는 신간 『내 인생을 바꾼 스무살 여행』(원제 Success is a Journey)을 통해 자신의 삶에서 가장 결정적인 전환기였던 2년의 시간을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그것이 사하라 사막 종단이라는 극적인 여행 기간이었기에 이 책은 그렇고 그런 '맨주먹 성공기'와 달리 우선 흥미진진한 모험기로서 독자를 유혹한다. 거의 무일푼의 화물선 잡역부로 대서양을 건넌 뒤 유럽을 자전거로 여행하며 지브롤터에 도착, 랜드로바 한 대와 지도에 의지해 전쟁과 굶주림, 그리고 뜨거운 열기 속의 사막을 종단하는 젊은이의 이야기가 생동감있게 펼쳐진다.

여기에 그가 전문가로서 제시하는 '성공하는 삶을 위한 지혜' 등이 삼겹살처럼 섞여 있어 자기경영서로 읽기에도 유감없다. 삶의 여정(旅程)엔 "누구에게나 건너야 할 사하라 사막이 있다"는 저자의 말을 곰곰 씹어볼 일이다.

김정수 기자

<note> 10대의 저자에게 웅대한 여행의 꿈을 심어줬던 것은 다름아닌 로버트 W 서비스의 시구였다. "세상의 길은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그 대부분이 이미 밟았던 길이네./그대는 많은 사람들의 뒤를 걸어가네, 길이 갈라지는 곳에 이를 때까지./ 환한 햇살이 비춰주는 안전한 길과 어둠에 잠긴 황량한 길,/ 하지만 그대는 외로운 길에 눈길을 주고, 외로운 길이 그대를 유혹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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