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공주·명랑소녀 그녀들의 성공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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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네모나라 네모공주'인 박경림과 '나라짱' 장나라 때문에 요즘 연예가가 날아갈 듯하다.

우선 안재욱·강병규·김국진 등이 출연, 국내 뮤직비디오 사상 최대 카메오 기록을 세운 '착각의 늪'이 수록된 박경림의 '박고테(박경림 고속도로 테이프) 프로젝트' 앨범이 발매되자마자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장나라도 본격 연기 데뷔극인 '명랑소녀 성공기'가 시청률 30%를 상회하면서 대중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중3 때 서울시 말하기 대회에 출전, '당연히' 1등을 한 박경림의 연예계 데뷔는 '말'로 한 몫하는 라디오 방송이었다. 말 잘하는 여고생으로 시작해 특유의 넉살과 성실함으로 장르를 가리지 않고 영역을 넓히다가 마침내 그 목소리론 '감히 도전이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가수의 길까지 내달렸다. 올해 그녀의 목표는 '영화'다. 영화 시상식에서 샛별처럼 상을 타고픈 것이다. 단 그녀에겐 음반 판매 1백만장을 돌파한다는 당면 목표가 있다.

이와 달리 장나라는 지난해 5월 가수로 연예계에 등장했다. 그녀가 음악 캠프 VJ 오디션을 보러 온 날 회사 3층 로비에서 소개받았는데 첫 느낌은 '참 학생 같다'는 상큼함이었다. 그리고 요즘 하루 3시간밖에 자지 못하는 신데렐라 장나라의 성공기는 시트콤 '뉴 논스톱'에 입성하면서 시작됐다.

가수로 데뷔한 이재은의 대타를 구하던 뉴 논스톱 제작진은 일찍 저녁을 먹으러 갔다가 TV에서 우연히 음악캠프 VJ로 나온 장나라를 발견했고 그녀가 연극배우 주호성의 딸이라는 사실에 그날 밤 오디션을 치렀다. 오디션을 치르는데 대본 읽는 발성과 등장인물 캐릭터 파악이 놀라울 정도였고, 특히 '여자 양동근'을 연상시킬 정도로 엽기적이며 발랄한 캐릭터의 끼가 보였다 한다. 정말 만화 같은 이야기다.

박경림과 장나라 두 사람이 전성시대를 구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서민적 친근함, 머리 빈 공주처럼 예쁜척 하지 않는 똑똑함, 망가짐을 주저하지 않는 프로페셔널, 밝고 예의 바른 인사성, 가끔씩 화장기 없는 얼굴의 편안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엉뚱한 유머 감각과 재미있는 캐릭터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둘에겐 적이 거의 없다.

앨범 '감사의 글'에서 보듯이 PD들의 면면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박경림은 고민에 빠진 동료들의 카운셀러이기도 하다.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TV에서 만나는 그들은 시청자들에게 무척 편안한 존재다. 미학에서 '낯설게 하기'는 대상을 낯설게 함으로써 정작 본래의 모습을 찾아주는 데 의미가 있다. 반대로 우리는 거의 매일 박경림과 장나라의 얼굴을 보면서 '낯익게 되기'에 빠져들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도 모르게 부담없고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바로 그것이 우리 대중문화의 유행 공식이다.

'다능은 무능'(Jack of all trades, and master of none)이란 말이 있다. 하지만 지금 연예계에서는 다능은 곧 인기며 성공의 패스워드다.

MBC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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