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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방송 토론회서 李·盧 격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5일 밤 경인방송 토론회에서 노무현 후보와 이인제 후보는 '주요신문 국유화''동아일보 폐간'거론 문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사회자(봉두완씨)=李후보가 중앙·동아·조선 등 메이저 신문을 국유화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주장하는데 사실인가?

노무현 후보=그런 말 한 일 없고, 그런 생각 가져본 일도 없다. 술을 좀 먹었어도 (평소)그런 생각이 있어야 그런 말이 나올 것 아닌가. 李고문은 그 자리에 있던 기자에게 확인했다고 했는데 내가 알아보니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일부 언론 보도를 보면 (국유화)말을 기억하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국유화는 엄청난 얘기니까 진짜로 했다면 어떤 식으로든 그때 보도가 됐을 거다. 전혀 근거없는 말이고 사리에 맞지 않는 것을 어마어마하게 보도하는 상식 밖의 일을 일부 언론이 하고 있다.

정동영 후보=신문 보니까 동아일보를 폐간시키겠다는 소리를 들었다는 기자가 있다고 하는데.

盧후보=말이 말같이 취급되려면 말로서의 구조를 가져야 한다. 저도 정신 멀쩡한 사람이고 대한민국의 헌법을 인정해서 판사하고 장관하고 국회의원한 사람이다. 대통령이 되면 언론사 폐간할 수 있나. 상식 밖의 일이다. 불가능한 일을 얘기했다고 그것을 그대로 믿으면 이상한 사람이 된다. 내가 달을 따온다고 말했다 치자. 그 말을 믿고 달을 따온다고 생각할 수 있나.

이인제 후보=鄭후보가 묻는 것은 동아일보 폐간 얘기를 했느냐는 것인데 말을 돌리지 마라.

盧후보=그런 얘기를 의미를 담아 한 일은 없다.

李후보=그냥은 얘기했나.

盧후보=그냥 한 것, 안한 것은 기억 밖의 일이다.

사회자=동아일보를 폐간하겠다고 술김에라도 말한 일 있나.

盧후보=없다.

鄭후보=온통 신문에서 기사를 채우고 있으니 사실이 아니라면 李후보가 책임을 지셔야 할 것이고, 盧후보가 말한 게 사실로 드러나면 盧후보가 책임져야 한다. 둘 중 한 사람은 사실이 아닌 것을 말하고 있다.

盧후보=국유화 문제는 李후보가 제기했지만 절대 그런 사실이 없다. 鄭후보가 제기한 것은 폐간 얘기인데 어느 기자가 들은 것 같다고 기사를 썼으니 내가 이치를 들어 얘기할 수 있는…. 인간의 기억은 한계가 있다. 내가 1백% 확신하지 못하고 술먹고 어쩌면 말했을지도 모른다고 망설이고 있는데 난 그런 사고구조를 갖고 있지 않아 (과연 말했는지) 기억을 더듬고 있다. 다만 李고문이 책임없이 얘기한 것은 국유화 얘기다.

李후보=고발을 하라. 그러면 검찰에 증거를 대겠다. 언론과 전쟁불사니, 조폭언론이니 하는 말은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이 그런 생각 갖고 있으면 중대한 문제다. 자리에 참석했던 기자가 자발적으로 찾아와 이 얘기를 했다. 내가 먼저 물어보지도 않았다. 내용은 구체적이다. 대통령이 되면 메이저 신문 국유화하겠다, 한국은행 채권발행하겠다, 난 동아 기자는 좋아하지만 김병관 회장은 좋아하지 않는다, 대통령 되면 퇴진요구하고 폐간시키겠다는 등이다. 어제는 다 조작이라고 주장했지만 일부 신문에서 폐간은 틀림없이 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조작이란 주장은 일정부분 무너졌다. 우리는 부인할 수 없는 증거를 갖고 있다.

盧후보=있으면 먼저 내놓아라.

鄭후보=(李후보에게)증거의 종류가 어떤 거냐.

李후보=나중에 밝히겠다. 거짓이면 내가 모든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겠다.

◇盧후보의 마무리 발언

술먹고 한 얘기를 다 밝히기 위해 그냥 그런 얘기 없었다고 했는데 말씀드려야 겠다. 실제 그 자리에서(기자들 사이에서) "동아 사주가 월급을 감당할 수 있나. 내 친구도 동아에 있는데 직장 잃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그래서 내가 "언론 사주가 돈없다고 언론사가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경향·문화도 우리 사주로 잘 운영되고 있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 폐간 얘기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그 와중에 비슷한 얘기가 있었다면 동아가 문닫는다, 아니다는 우리가 책일질 얘기가 아니라는 얘기를 했던 게 아닌가 싶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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