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 인권에도 관심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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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은 '뷰티풀 마인드'가 진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영화는 199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실존 인물 존 내시 교수의 정신분열증 극복과 사회복귀 과정을 그린 흔치 않은 인간승리의 이야기다. 주인공의 삶은 정신장애인에게는 용기를, 이들을 지켜보는 주위 사람들에게는 희망을, 그리고 지역사회에는 사회복지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져다준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의하면 현재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2.7%가 정신장애인이며, 평생 동안 정신장애를 갖게 될 확률은 10명 중 3명 꼴에 달한다고 한다. 정신장애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와 내 이웃의 문제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회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개인·개별화하면서 정신장애의 발병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태도는 매우 부정적이며 편견이 심하다.오늘날 서구 선진사회에서조차 편견의 벽은 여전히 높다. 정신장애인은 위험한 존재라서 격리·수용되어야 하며, 치료는 공포스럽고, 정상적인 사회생활로의 복귀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뷰티풀 마인드'는 그 편견을 깨고 있다. 정신장애인은 격리·수용될 필요도 없으며 약물 복용을 포함한 일상적인 치료를 통해 정상으로의 복귀가 가능함을 보여준다. 가족과 지역사회 주민의 이해와 사랑이 정상으로의 복귀라는 결실을 볼 수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정신장애는 오랜 기간의 재활과 복귀과정을 필요로 하는 만성질환이다.

한두차례의 입원치료로 사회에 정상적으로 복귀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약물복용과 사회생활 복귀를 위한 다양한 훈련들이 평생 지속된다. 그러나 계속되는 치료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청이나 환시와 같은 망상적 사고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영화 속 주인공의 환시 역시 노벨상 수상식장에서까지 지속된다. 이러하기에 그 어떤 질환보다 주위 사람들의 인내와 따뜻한 배려가 필요하다. 정신장애인의 재활과 사회복귀는 그들을 익숙하고 친숙한 환경에서 편견과 선입견 없이 대하는 주위 사람들이 있을 때 가능하다.

이 편견 없는 주위 사람들의 마음 씀씀이가 뷰티풀 마인드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들의 헌신적인 사랑과 희생정신이다. 영화 속 주인공의 부인은 다시 한번 '사랑재활'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만든다. 일반적으로 정신장애인들의 연애는 거의 금기시되고 있다. 결혼생활도 자녀양육도 불가능하다는 편견의 결과다. 그러나 이 영화의 주인공은 부인과 자식이 함께 하는 재활의 길을 걸으면서 사회에 복귀하는 결실을 보았다.

이들에게 자연스러운 인간관계를 맺어주고 함께 대화해주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는 대학에서 강의를 맡기고 함께 연구하는 동료와 그의 강의를 들으면서 함께 토론하고 논쟁하는 학생들 역시 뷰티풀 마인드로 그리고 있다. 정신장애인들이 직장을 갖게 되면 가장 어려운 점이 자신을 예전처럼 정상적으로 보지 않는 동료들의 따가운 시선이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직장 동료들의 지지는 주인공의 재활을 앞당기는 큰 힘이 됐다.

어제는 정신건강의 날이었다. 한국인이 기피하는 숫자 두개의 조합인 4월 4일을 정신건강의 날로 정한 것도 편견과 고정관념을 넘어서고자 하는 깊은 뜻을 담고 있음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제 겨우 걸음마를 내디딘 정신장애인의 인권과 이들에 대한 관심이 봄날 활짝 핀 꽃들처럼 새로운 생명력으로 태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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