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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불안감 주면 '사랑의 매'효과 없어 : 부활한 체벌,그 방법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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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달 18일 교권 회복의 한 방법으로 꼭 필요한 교육 목적의 학생 체벌은 허용하겠다고 밝혔다(본지 3월 19일자 1, 26면). 그동안 법적으론 불가피할 경우 체벌이 가능했지만 부작용 등을 이유로 사실상 금지했었다. 이번에 학칙에 근거한 체벌이 허용되긴 했어도 자칫 시비를 부를 수도 있다. 체벌을 어떻게 봐야 할지, 합리적인 대안은 없는지 등을 따져본다.

◇뿌리 깊은 체벌 효과 논쟁

매에 사랑이 실리면 효과적인 교육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폭행이 된다. 역사적으로 체벌의 효과에 대한 논쟁의 뿌리는 깊다. 고대 로마 제정 초기 교육철학자인 퀸틸리아누스(35?~95?)는 "벌을 받은 아이는 반감이 생기고 무감각해져 교육 효과가 떨어지는 데다, 공포감·불안감·열등감을 느낄 수 있다"며 체벌에 반대했다. 그러나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BC 427~BC 347)은 "체벌은 능력 있는 사람을 일깨우는 데 효과가 있으며, 나쁜 짓을 한 사람은 마땅히 벌을 받아야 정의가 실현된다"고 찬성하는 주장을 했다.

영국의 근대 교육사상가 존 로크(1632~1704)는 이들의 주장을 절충하는 입장이다. 체벌의 뜻을 되새김질할 수 있는 학생들만, 그리고 도벽·거짓말·인격 모독·반항 등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만 체벌하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의 전통적인 체벌은 서당에서 잘못을 훈계하느라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리는 달초(撻楚)였다. 항상 교육 목적에서 행한 '사랑의 매'였다. 일제시대에는 심한 체벌 때문에 두려움 속에서 학교를 다니기도 했으나 광복과 함께 금지했다.

세계적으로는 체벌을 아동 인권 차원에서 다루는 경향이며, 불법으로 규정하거나 합법화한 나라도 있다. 스웨덴은 1979년에 체벌을 전면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다. 영국도 현재 공·사립학교 모두 금지했다. 기독교 전통이 강한 나라들은 체벌을 허용하는 편에 더 가깝다.

◇활동 주제

교육부는 체벌을 '교사가 물리적 도구나 손·발 등 신체의 일부를 이용해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로 규정한다.또 체벌 규정을 새로 만들거나 개정할 때 학생·학부모·교원 등 학교공동체의 의견을 들어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즉 체벌 유형·절차·장소·도구·횟수·부위 및 제한 사항과 사전·사후 조치 사항 등이 반영 요소다. 교사·학부모·학생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열어 합리적인 체벌 규정을 마련해 보자.

▶공청회 전에 학생의 할 일

①정부가 체벌 부활을 밝힌 이후 지금까지 각계각층의 입장을 담은 신문 기사를 스크랩(검색)한다.

②우리나라와 외국의 학교 체벌 현황을 표로 정리해 비교한다.

③학급 단위로 '체벌 실태와 의식'을 설문조사한 뒤 전교생의 결과를 분석한다. 설문엔 체벌을 받은 사유와 자신의 수용 여부/체벌 신체 부위/체벌 당시의 기분/교사의 체벌 이유에 대한 공지 여부/교사의 감정 개입 여부 등이 들어가는 게 좋다.

④체벌 찬·반 모둠으로 나눠 체벌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조사한 뒤 토론하고, 그 내용을 정리한다.

⑤학급 회의를 통해 실천 가능한 체벌 규정을 만든다. 그 다음 기존의 학교 규정과 다른 점을 찾아보고, 바꾸거나 덧붙여야 할 점들을 정리해 공청회에 참석한다.

⑥체벌 대신 화장실 청소를 시키거나, 벌점이 누적되면 사회 봉사활동을 통해 벌점을 덜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학교도 있다. 사례 조사나 토론을 통해 체벌의 대안도 제시한다.

▶교사의 할 일

'대화보다는 체벌이 먼저 아니었나/학생의 순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닌가/감정적인 체벌을 한 적은 없는가' 등 교사가 매를 들지 않고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 달라져야 할 점을 반성한다. 체벌 일지를 만들어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기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태종 기자

※코디네이터역=이기찬(본지 NIE 연구위원·서울 명덕외고 교사)·한진숙(본지 NIE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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