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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올해의 주식 5] 4. 한국전력(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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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올해 한국전력의 주가 흐름에 대한 시장의 평가다. 한전은 지금까지 큰 덩치에 눌려 주가가 크게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는 종목으로 통해 왔다. 투자자들은 굼벵이처럼 답답한 주가에서 차익은 거의 기대하지 않은 채 연말 배당을 꼬박꼬박 챙기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래서 '채권 같은 주식'이란 별명이 따라다녔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올 초까지만 해도 연료비 상승과 전기료 인하에 발목이 잡혀 부진했던 한전의 주가는 하반기 들어 경기 방어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지난 6월 말 1만8000원 선이었던 주가는 15일 현재 2만6800원을 기록, 반년 새 무려 48%나 뛰었다.

전문가들은 "한국전력이 경기 침체기에 돋보이는 경기 방어주지만, 성장성에서도 손색이 없는 종목이 됐다"고 평한다. 삼성증권의 정순호 연구원은 "한전의 외형은 향후 3년간 연 평균 6% 넘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4% 대로 떨어진 상황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해외사업을 통해 둔화되는 성장의 원동력을 찾고 있다"며 "이미 필리핀의 전력시장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뒀고, 앞으론 중국과 동남아 등 해외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별다른 투자대안이 없었던 한해 동안 한전은 '배당주'로서의 매력을 과시했다. 한전은 2002년에 주당 800원, 2003년엔 주당 1050원을 배당하는 등 높은 배당 성향을 보여 왔다. 이에 따라 한전은 각 증권사의 '유망 배당주' 리스트에 단골 메뉴로 올랐다.

한전의 한준호 사장은 "올해도 지난해 수준의 배당을 실시할 계획이며, 앞으로 주주의 이익을 중시하는 고배당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한국 증시를 뒤흔든 달러 약세도 한전으로선 오히려 기회다. 한국전력은 약 39억달러의 외화부채를 갖고 있어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감소하고, 달러로 지불해야 하는 연료비 구입 비용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환율이 10원 하락할 때마다 세전 순이익이 1341억원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안전자산.고배당.달러 약세 수혜주의 장점이 고루 부각되면서 주가가 급등한 결과 한전은 지난 7일 포스코를 제치고 삼성전자에 이은 증시 시가총액 2위 종목에 당당히 올랐다. 지난해 말 한전의 시가총액은 5위였다.

한전은 지난 9월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로부터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보다 높은 신용등급을 받았고, 최근엔 일본 도쿄에서 사상 최저 금리(연 0.51%)로 외화채권을 발행했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증권사들과 JP모건.메릴린치 등 외국계 증권사들이 한전에 대해 '매수'의견을 내놓고 있다.

대투증권의 오창석 과장은 "내년에도 달러 약세가 계속되고 고배당 정책이 유지될 것으로 보여 실적과 주가가 모두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대우증권의 신지윤 선임연구원은 "일부에선 전기요금 인상을 기대하고 있지만 실적이 좋아 인상 가능성이 낮아졌고, 중국과 석탄 도입 계약이 꼬일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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