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눈으로… 문화·역사 배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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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영어·수학·운동·음악 등의 활동에만 신경을 쓰곤 한다. 그런 어린이들에게 미술 활동·박물관 교육 등을 이용한 예술 통합 교육 프로그램이 생겨 눈길을 끌고 있다. 경희대 사범대학 강인애 교수가 개발한 씨맥 프로그램(Museum Art Center)이 그것. 미술 교육과 박물관 교육을 1차 자료로 한 뒤 인문·사회·음학·과학 등 각 분야와 접목해 통합 교육을 펼치고 있다.

"다른 사람의 한쪽 눈을 빼면 자기의 한쪽 눈을 빼라." 한 어린이가 함무라비 법전의 한 구절이 적힌 쪽지를 또박 또박 읽어내려간다.

"아유, 너무 징그러워요." 아이들은 얼굴을 찡그린다.

"함무라비가 만든 법은 당한 만큼 복수를 하는 거야.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서 법도 점점 변했어."

"만약에 빨간 불인데 길을 건너가면 어떻게 될까?"

"지옥에 가요! 경찰서에 가요!"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 있게 말한다.

우리나라의 법에 대한 이야기가 끝난 뒤 아이들은 자신들의 법률을 만든다.

"열여덟살 된 소녀가장의 돈을 훔친 도둑에게는 어떤 벌을 줘야 할까?" 등의 사례를 놓고 논의한 뒤 이를 법전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3개월 전 문을 연 서울 청담동의 씨맥(www.c-mac.co.kr)에서 문화·예술사를 배우고 있는 초등학교 저학년반 어린이들의 모습이다.

이번달의 교육 주제는 이집트·메소포타미아 문명. 올 한 해 동안에는 선사시대부터 포스트 모더니즘·추상표현주의 등 서양미술사를 중심으로 학습한다. 일주일에 한번씩 교실에서 익힌 내용을 토대로 한달에 한번은 박물관을 찾는다.

아이들은 미리 봤던 그림, 만들어 본 장면, 배운 내용 등을 박물관의 전시물에서 찾아내는 재미에 빠진다.

씨맥 운영 책임자 박명재씨는 "음악·미술·언어·대인관계·자아성찰 등 아이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지능을 자극해 이끌어내는 다중 지능이론을 도입했다"며 "아이들은 자유로운 토론과 표현 활동을 통해 능동적으로 자신의 지식을 정돈해 나간다"고 설명했다.

학부모들의 반응도 좋은 편.3개월 만에 입소문을 타고 어린이 1백여명이 모였다.

씨맥 연구 책임자 강인애 교수는 "배우고자 하는 것을 말로 표현하고 글로 써보는 것을 넘어 직접 보고 그려보거나 만들어 보는 육체적 활동이 동반되면 더욱 의미있는 학습이 된다"며 "가정에서 부모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더욱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집에서 하는 문화 통합교육-

선사시대 생활은 어땠을까?

1. 상자와 그 안에 넣을 물건(가죽조각·돌조각·벽화 그림·지도 등)을 준비한다.

2. 상자를 아이에게 보여준 뒤 "난 선사시대의 아저씨야.상자 안의 물건을 보면서 내 생활을 알아내면 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등의 식으로 쓴 편지를 상자에서 꺼내 읽힌다.

3. 상자 속의 물건을 하나씩 꺼내면서 "이 돌로 무얼 했을까?"등의 질문을 주고받는다.

4. 샌드페이퍼·크레파스 등으로 아이가 바라는 것,좋아하는 것 등을 벽화로 그려보게 한다.

5. 찰흙 등을 이용해 토기를 만들어 본다. 머리핀 등을 이용해 무늬를 그려넣게 한다.

6. 활동을 다 마칠 때쯤 아이의 활동을 칭찬하는 내용의 또 다른 편지를 보여준다.

7. 박물관에 찾아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 더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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