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돋보기] 심야 택시 여승객에 ‘경계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심야에 택시 탄 여성만을 노린 ‘퍽치기’일당이 잡혔다. 이들은 여성이 탄 택시를 승용차로 뒤쫓아 가 택시에서 내리면 폭행하고 금품을 강탈했다.

지난 4일 밤 12시50분께 천안 신부동 먹자골목 입구. 교도소 동기인 20대 A와 B는 마티즈 승용차에 탄 채 범행 대상을 고르고 있었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헤어진 19세 여성 C가 약간 비틀거리면서 택시를 잡는 모습이 보였다.

승용차로 택시를 뒤쫓았다. 10분 후 택시는 멀지않은 성정동에서 멈췄다. C가 내려 택시비를 내는 동안 A도 멀찌감치서 차에서 내려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C를 따라 골목길로 들어갔다. B는 차에서 ‘망’을 봤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A는 C를 주먹으로 몇차례 때린 후 현금 10만원이 든 가방을 빼았아 달아났다.

2시간이 흐른 오전 3시 성정사거리 부근. 차를 세우고 있던 A와 B는 신호 대기 중인 택시에 탄 다른 범행 대상 D(38·주부)를 발견했다. 늦게까지 식당주방 일을 하고 귀가하는 중이었다. 똑 같은 수법으로 D의 핸드백을 탈취했다.

잇달아 발생한 여성 상대 퍽치기 사건을 신고받은 경찰은 비상을 걸었다. 천안서북경찰서장 주재로 형사과장, 성정지구대장 등이 모여 긴급회의를 열고 검거작전에 나섰다. 성정동 일대 모든 CCTV를 훑었다. 범행 현장에서 1.5km쯤 떨어진 편의점 앞 노상. 용의자 인상착의의 사람이 한 시민에게 휴대전화를 빌려 통화하는 화면이 눈에 띄었다. 용의자는 경찰 추적을 따돌리려 자신의 휴대전화를 쓰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한수 위였다. 그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피해자가 밝힌 몽타주를 근거로 전과자 상대로 신원을 파악했다. 13일 오후 4시 A·B가 기거하는 두정동 한 원룸 앞에서 3일간 잠복 근무한 끝에 검거했다.

천안서북경찰서 강력3팀장 심종식 경위는 “범인들은 심야 택시 여승객만을 노렸다”며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가능한 택시를 집 앞까지 타고 들어가 내리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조한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