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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둥글한 축구공은 32조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5면

2002 월드컵 공식구 '피버노바'가 나오기까지 축구공의 디자인은 여러차례 바뀌었다. 무늬도 월드컵 때마다 변했다. 색깔은 전통적으로 흑백이었지만 피버노바는 컬러로 꾸몄다.

그러나 오래도록 바뀌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오각형 조각 열두개와 육각형 스무개를 꿰매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 모양의 축구공은 1970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텔스타'란 이름으로 처음 등장했다. 그 전에 월드컵에서 쓰였던 공은 둥글지 않고 울퉁불퉁한 데다 어떤 부분은 편평하기도 했다.

텔스타처럼 오각형과 육각형을 이어붙여 공 모양을 만드는 것은 현대인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약 2천3백년 전 아르키메데스가 처음 고안했다. 이른바 15개의 '아르키메데스 다면체' 중 하나다. '아르키메데스 다면체'는 면이 모두 정다각형인 입방체로, 꼭지점들이 특수한 대칭성을 갖는 것들이다.

자연 속에도 축구공처럼 오각형과 육각형이 이어져 공 모양을 이루는 물질들이 있다. 탄소 원자 60개가 모여 만들어진 C60분자, 신경세포인 뉴런의 돌기 끝부분에 존재하는 '클래스린'이라는 분자 등이 꼭 축구공처럼 생겼다. 축구공을 살펴보면 꼭지점이 60개 있는데, 이 꼭지점마다 탄소 원자가 위치한 것이 바로 C60분자다.

서울대 김홍종(수학과)교수는 "지금의 축구공 모양은 구를 만드는 가장 간단한 형태"라며 "자연은 단순함을 좋아하는 성질이 있어, 둥근 공의 형태를 띄는 물질은 축구공 같은 모양을 하는 게 보통"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축구공은 변함없이 오각형과 육각형을 이어붙인 텔스타 형태를 유지할까.

최근 건축가 서성환(42)씨는 42개의 면으로 구성된 새로운 공 모양 디자인을 발표했다. 면이 32개인 텔스타보다 10면이 더 많다.

김홍종 교수는 "아르키메데스의 입체는 아니지만,공을 만드는 데는 오히려 텔스타보다 나은 형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연 미래의 월드컵에서는 한국인이 고안한 42면 축구공이 골네트를 출렁이게 할지 관심거리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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