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일기'쓰며 다른 사람 이해 : NIE 성공기 명덕외고 이기찬 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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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이태 전 중앙일보 교사 연수를 통해 NIE를 체험했다. 가장 도움이 되었던 연수 내용은 '신문을 활용한 관심 일기'였다. 학생들이 신문을 읽으며 관심이 가는 기사를 골라 오려 붙인 뒤 공란에 기사를 택한 이유를 적는 방식이었다. 학생들이 신문에서 기사 외에도 만화·광고 등 다양한 관심거리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폭넓은 사고를 요구하는 활동이었다.

신문일기를 수업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신문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일이 시급했다. 또 내가 맡은 1학년 학생들에게 '신문일기' 활동을 시키려면 나머지 국어교사와 1학년 담임교사들을 설득해야 했다. 폐신문 처리나 신문일기를 수행평가화해 점수화하는 일도 골머리가 아팠다.

교사들과 몇 차례 조율한 뒤 드디어 1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일을 벌였다. 학생들 각자가 일주일에 두번씩은 신문 일기를 쓰고, 한주에 한번은 모둠원들끼리 돌려보며 서로를 평가하는 활동을 하게 했다. 그리고 이 두가지 항목에 대해 개별 평가를 했다. 평가 기준은 신문일기의 본래 취지에 맞춰 성실히 작성해 제때 제출만 하면 만점(5점)을 주기로 했다.

초기엔 욕심이 앞서 학부모들도 자녀의 신문일기장에 한주에 한번 동참하도록 했으나 반발을 사 결국 학부모들의 참여는 자율로 했다.

학생들은 신문일기를 쓰기 위해 관심있는 기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눈을 갖게 됐다. 특히 학생들끼리 선정한 기사가 겹치는 사례가 많았는데, 동일한 기사를 자신과 전혀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도 커다란 교육적 효과였다. 모둠 활동을 통해 다른 친구들이 정성들여 작성한 신문일기를 읽고 평가하며 자신을 반성할 수 있는 계기도 됐다.

교장선생님(이호준)은 학생과 교사들을 북돋우기 위해 전시회를 열어주고, 우수한 작품은 시상도 했다. 공정한 작품 시상을 위해 먼저 각 모둠(6~7명)에서 모둠원들이 내용·구성·성실성 등 항목별로 평가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작품을 뽑았다. 그 다음 담당교사가 그 작품들을 다시 추리고, 최종적으로 학년담당 국어교사들이 수상 작품을 선정했다. 더욱 보람있는 일은 최우수상에 선정된 작품을 지난해 열린 중앙일보 주최 '제5회 전국 NIE 대축제'에 출품해 2등을 한 것이다.

신문일기 활동을 한 1년 동안 학생·교사·학부모를 설득하고 수행평가로 점수화하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은 이루 말로 할 수 없다.

그러나 교육은 때로 학생들이 원하지 않는 일이라도 많은 연구와 고민을 거쳐 옳다고 확신하면 그 길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문일기야말로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활동이었다.

(본지 NIE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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