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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단체장 당선자에 듣는다] 박준영 전남도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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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4일 오후 영산강 상류의 극락교 부근(광주광역시 마륵동). 둑과 둑 사이 폭이 380m이지만 물이 흐르는 유로(流路)의 폭은 50~60m에 불과했다. 물 또한 혼탁해 큰 하수도를 연상시켰다. 유로 주변은 성인 키 높이의 갈대 숲이다. 유로 가운데에는 크고 작은 퇴적물 더미도 보였다.

박준영 전남지사 당선자가 “영산강은 건천화(乾川化)와 수질 오염이 심각해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그 예를 든 현장 모습이다. 3선에 성공한 박준영(64·민주당·사진) 당선자와의 최근 인터뷰는 이 같은 영산강의 현장 얘기로 시작됐다.

-당론과 달리 영산강 개발에 찬성한다고 해서 주목받고 있는데.

“(4대 강 사업에 반대하는) 민주당의 뜻은 잘 안다. 정부가 환경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급하게 추진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도 안다. 이제까지 ‘4대 강 개발을 찬성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 그러나 영산강은 4대 강과 분리해 생각해야 한다. 2004년 지사 선거 첫 출마 때 영산강 살리기를 공약했었다. 영산강 살리기는 지역민의 오랜 숙원이다.”

-영산강에 어떤 문제가 있나.

“상·중류의 광주·장성·담양·나주에 댐을 막은 바람에 유입 수량이 절대 부족하다. 게다가 목포 앞 바다로 나가는 하구를 막았다. 이 때문에 상류는 물이 가운데만 조금 흘러, 강이라고 할 수 없다. 하류는 수질이 4~5급수 수준이라서 농업용수로도 쓰기 힘들다. 강바닥에는 토사가 2~3m씩 쌓여 홍수 피해가 심각하다.”

-6·2 지방선거 후 시·도지사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방자치 발전 과정에서 당연한 일이다. 그간 지방정부의 의견이 소홀히 취급당한 감이 있다. 그러나 시·도지사는 행정가이지 정치인이 아니다. 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는 나서야겠지만, 큰일(정치)은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정당에 맡기는 게 옳다. 정치는 의회 중심으로 가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성공하기 바란다는 말을 해 왔는데.

“대통령이 실패하면 국민이 불행해진다. 이미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때 경험했지 않았나. 대통령께 현장과 각계의 의견을 더 많이 듣고 야당과도 자주 대화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면 문제가 풀리고 국민들로부터 존경받을 것이다. 또 지역균형 발전에 더 큰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국가 간 경제개발 격차를 줄이지 않으면 세계 경제가 지속할 수 없다’고 최근 사공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장이 한 말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이를 국내에 대입하면, ‘지역 간 격차를 줄이지 않으면 한국 경제를 지속할 수 없다’는 말이 된다. 수도권에 집중하다 보면 교통·주택·교육 등 많은 부문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국가 경쟁력을 잃는다.”

-10년 동안 전남 도정을 이끌게 됐다. 향후 4년 도정 방향은.

“지난 6년은 녹색산업의 기반을 조성하는 데 치중했다. 앞으로는 이미 다진 녹색 기반 위에서 친환경 농업과 신재생에너지, 생물 산업, 신소재 등 미래 성장동력 산업을 육성해 ‘잘사는 전남’을 실현하는 데 치중하겠다. 많은 섬과 갯벌, 해안 등 비교우위 자원을 활용해 차별화된 ‘Only One’ 상품을 개발하겠다.”

-F1국제자동차경주대회,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임기 중에 치르게 됐다.

“먼 미래를 내다보고, 다른 지역이 하지 않는 분야를 개척해 유치했다. 행사를 준비하면서 SOC 등 기반시설을 확충해 가고 있다. 국제행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도전해야 한다. 여건이 성숙되면 아시안게임 등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전남의 인지도와 위상을 높이고, 해양관광 활성화와 해양 산업·모터스포츠 산업 거점 확보를 기대할 수 있다.”

-전남이 살기 좋은 곳이라고 적극 홍보하고 있는데.

“친환경 농업으로 생산돼 안전하고 질이 좋은 먹을거리가 많다. 맑은 물, 깨끗한 공기, 오염되지 않은 땅, 아름다운 경관 등 다른 지역이 갖지 못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조량이 수도권보다 20% 많고, 겨울철에는 기온이 4도가 높다. 건강에 좋고 에너지도 적게 든다. 또 물가가 싸 생활비가 서울의 절반도 안 든다. 이런 장점들을 살려 은퇴자 도시 등을 개발해 도시민들을 끌어들이겠다.”

-기업 2000개 유치와 일자리 10만 개 창출을 공약했다. 가능한가.

“2006년 선거 때는 일자리를 몇 개 만든다고 공약하지 않았다. 당시엔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전력투구한 결과 많은 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었다. 노하우도 생겼고, 이번 선거에서 자신감을 갖고 공약으로 내걸었다. ”

무안=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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