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 ‘슈렉 포에버’ 낯익은 군무 … 부채춤 동작서 따왔다네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한국의 부채춤을 본 딴 군무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제공]

할리우드의 히트 애니메이션 시리즈 ‘슈렉’ 4편인 ‘슈렉 포에버’. 다음달 1일 개봉하는 이 영화에서 한국의 전통춤인 부채춤이 쓰인 장면을 찾아보시라. 답은 슈렉과 피오나 공주, 오거(괴물)들이 춤추는 대규모 군무 장면이다. 피리 부는 사나이의 피리 선율에 홀려 다같이 춤추는 장면이다. 물론 영화 속 상황에 맞게 부채가 방패로 바뀌긴 했지만, 여러 사람이 물이 흘러내리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건 꼭 닮았다. 제작진은 댄서들에게 부채춤을 배우게 한 뒤 모션 캡쳐(움직임을 컴퓨터로 옮겨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는 것)해 이를 3D 영상으로 만들었다.

‘슈렉 포에버’ 제작사인 드림웍스는 어떻게 한국의 전통무용인 부채춤을 알았을까. 실사영화로 치면 연출과 촬영감독 역할인 레이아웃 팀장이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전용덕 레이아웃 팀장은 화려하고 웅장한 군무 장면 연출을 놓고 고민하다 부채춤을 떠올렸다. 그는 부채춤 동영상을 드림웍스 제작진에 보여줬고, 이들은 전체가 하나된 것처럼 일사불란하고 아름다운 부채춤에 빠져들었다.

‘슈렉 포에버’에는 한국 비보이팀 T.I.P의 안무도 쓰여 더욱 눈길을 끈다. T.I.P는 국제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한 내로라하는 비보이팀이다. 제작진은 T.I.P가 세계적인 브레이크 댄스 대회인 다이너마이트 그랑프리에서 춤추는 퍼포먼스 동영상을 보고 안무를 쓰기로 결정했다. 마녀들이 피리 부는 사나이의 연주를 듣자 일제히 능란한 힙합 댄스 실력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우리 비보이팀의 몸짓을 확인할 수 있다. ‘슈렉 포에버’ 관계자는 “처음부터 한국 팀을 찾은 건 아니었는데, 가장 잘하는 팀을 찾다 보니 T.I.P가 됐다”고 말했다. 한국문화와 할리우드의 흔치 않은 랑데부다.

기선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